학생 아이는 아프다고 일 못 나오고
일 잘 하던 어른은 갑자기 타주로 이사 간다며
토론토로 밤 아홉시 비행기를 탄다는 밤이었다
예상 못했던 저녁일을 하기위해 집에가서 들고온 밥 솟
탐슨에게 안겨주니 입이 함박꽃 처럼 피어난다
그는 웃고있지만 나는 그가 울고 있다고 생각한다
빵 보다 밥을 좋아하는 탐슨을위해
될수 있는 한 저녁에 밥을 먹여주려고 애를쓴다
삼 년동안 아내 얼굴 못 보고 자라나는 꼬마 아들 못 보는
탐슨의 가슴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다
밤 열시 이십분에 퇴근하여 부엌으로 달려가는 나는
입은 옷 채로 냉장고 문을 열어 젖힌다.
언제나 준비돼 있는 다시마 국물이 그득하니 우선 됐고
돼지 고기도 잘 녹아 있구먼 ~
흠 흠 흠 좋아 좋아
뭐가 그리 좋은지 쿵더쿵 춤이라도 출 모양이다
양파와 돼지고기 달달볶고 적당히 잘 익은 김치 듬뿍 넣으고 끓이니
다른 간 필요없음이라는 답이 나오네
기름 졸즐 흐리고 두부와 콩나물까지 혼합된 김치찌개
일꾼 부족해 내일 종일 우리 모두 씨름해야 할 판이니
잘 먹고 힘 내자고 밤이 깊도록 부엌을 들락거린다
**아프다고 찡얼대던 년도 안 됐고 (부모 없이 양 부모 그것도 여성부부 가정에 의탁된)
** 급히 토론토로 떠난 년도 안 됐다 (신분 문제가 걸려서 초를 다툰다며 갔다)
** 가족 떨어져 이제나 저제나 영주권 기다리는 놈도 (탐슨) 안 됐고
** 이것 저것 살피고 이해 해주려고 애쓰는 나도 안 됐다
오늘 김치찌개는 내가 끓인 것이 아니고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끓여준 것이다.
어떻게 15분 만에 이렇게 훌륭한 김치 찌개가 나 올 수 있을까?
시계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지 않을 수 없다. 신비하고 놀라운 하루다.
기분은 상쾌한데 왜 내 가슴과 눈에서는 빗 물을 쏟아내는가?
인생 살이 모두 업치락 뒤치락 한판 굿 하며 살다가는 것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