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문학회 회원인 박상현씨의 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를
읽던중 감명받은 대목이 있다. 작가는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를 초청해와서
약 80일 함께 보냈다. 아들로써 밀린 숙제를 하는 것처럼 그동안 못해왔던
효도를 해 드렸단다. 물론 몸도 마음도 바빳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내와
며느리라는 멍에를 지고 평생을 해오셨을 그 익숙한 일들에서 벗어나드리기
위해 노력했단다.
*수영장 이용권을 사 드렸고
* 책 읽기를 유도했으며
*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야구 경기 관람
(당시 박찬호 선수가 몸담고 있던 뉴욕 양키스와 이치로 선수가 소속된 매리너스와의 경기)
* 큰 손자의 바이올린 연주 공연 참가했다.
이렇게 엄마의 자리에서 내려와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아닌 한 명의
자연인으로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살아내는’ 모습을 보게된 작가는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흡족한 마음이 됐으리라 짐작된다.
한국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잘 도착했다는 말끝에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아들아! 사랑한다!”는 말을 불쑥 하셨단다. 엄마로부터 난생 처음 들어본 말이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런 표현을 써볼 기회도 시간도 여력도 없으셨으리
짐작하는 작가. 그도 바로 “나도 사랑해, 엄마!”라고 대답했단다.
나는 이 대목에서 목이 메이며 작가가 부럽기조차 하다.
나는 우리 엄마와 이 세상에서 함께한 세월이 오십 년이었는데 불행하게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영원히 헤어졌다. 우리의 시대의 부모와 자식관계는 대게 그랬다.
전쟁후의 삶이었으니 어쩌면 다독여주고 따스한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사치였는지 모른다.
지금도 엄마 생각을 하면 눈물이 핑 돌지만 다시 엄마를 만난다 해도 그 말이
불쑥 튀어나오지는 못 할 것 같다. 들으면 기분좋은 그 말 한마디 아낄 것이 무엇인가?
천국에서 엄마를 만나면 하나님의 도움을 받아 꼭 그렇게 말 해 드려야겠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무지 사랑해요.
엄마, 참 수고 하셨어요.
엄마, 너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