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848 – Don’t be shy

2017.02.28 00:05:03 (*.66.14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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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뜨니 세상이 하얗다. 끊임없이 내려오는 눈 송이 때문이다.

눈은 이제 빅토리아에 아주 자리를 잡았다. 으 흐음. 내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온다.

샵이 당연히 한산하다. 우리 뿐 아니라 파킹장이 텅텅 비었다.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기 겁 나는 거다. 점심 시간 일을 조금 일찍 끝내고 코스코에 들렸다.

오이 김치 를 담그기위해 작은 오이를 몇 봉지 샀다. 코스코도 손님이 드문드문하고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다. 샘플 먹거리를 만들어놓은 곳도 평소 같으면 바글거릴텐데 별로다.

자스민 밥통에서 구수하게 향기나는 밥을 퍼 아래 소스를 버물려주는데 내 발길이

멈춘다. 저녁을 근사한 육계장을 끓이려고 재료를 다 준비 해 놓았기 때문에 점심을

걸른 시간이라 약간 출출하다. 샘플로 내 놓은 밥을 작은 포크로 몇 점 먹어보니

제법 맛 있다. 공짜로 먹는 입장이니 샘플 만드는 분에게 “참 맛 있네요.”라고 기분을

부추겨 주었다. “배 고파요?” 한다. 내가 “으응. 좀 그래요.”라 얼떨떨하게 말 하니

“Don’t be shy” 하면서 “여기 밥은 얼마든지 있으니 더 잡수세요.” 한다.

내가 허 허 헛 하면서 다시 한 사발?? 받아가지고 먹었다. 금방한 밥에 이 소스를 슬슬

섞기만 하면 되는데 짜지도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입 맛을 돋운다.

물론 내가 약간 배 고픈 탓도 있었을 것이다. 가격을 보니 2개에 6불 89전이다.

“Wow, good price” 밥 두 그릇을 얻어먹고 기분좋아진 엘리샤 소스 두 병 사고

돌아왔다.

어릴때 엄마가 내게 준 교훈중에 “Don’t be shy”라는 말이 가장 내 인생에 큰

역할을 해 주고 있다. 한국말로하면 “용기내라 / 부끄러워마라 / 할 말 해라” 등등일 것이다.

어디가서 일 해주고 제 밥그릇 못 찾아 먹는 것은 바보라고 내 머리에 각인 시켜 주셨다.

내가 교회 재정부장이 된지 2 개월째다.

어제 주일에 지출할 수표들을 다 만들고 본인들 손에 들려주었는데 중요한 두 분의 수표를

발행하지 않고 집에왔다. 참고로 다른 분들은 영수증을 가져왔기 때문에 그대로 만들었고

이 두분은 월급이라 영수증이 없다. 밤에 먼저 이 일을 오랫동안 하던 집사로부터 카톡이와서

그 수표를 발행했는지 묻는다. 내가 “아니요.”라 답했더니 어제 했어야 했단다. 

그러고보니 이 틀 후면 3월이고 돈이 있어야 집세도내고 모든 것이 돌아갈 것 아닌가.

내 실수였다. 그 일을 마무리 하느라 오늘 특별히 시간을 내어 교회까지가서 다른 한 분의

사인까지 받아 전달해야했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이 일 하고도 돈 (봉급) 받는 것에대해 Shy하다.

당연히 내가 일 하고 받아가야 하는 것인데 왜 Shy하나?

우리 직원들은 눈에 도끼눈을켜고 봉급 날짜를 손꼽고 있다. 내가 오후에 나가는 날

미쳐 사무실에 갔다놓지 않으면 당장 전화온다. “내 체크 어딨소?”라며 큰 소리친다.

이런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가능하면 하루 전 날 밤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온다.

어제 같은 날 두 분 중에 한 분이라도 “오늘 내가 수표를 가져 가야 합니다. 혹은

수표 준비 되셨어요?”라고 살째기 재정실로와서 웃어 주었다면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내가 아직 신참이라 어리둥절 해서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지 않았을까?

오늘같이 길도 험하고 오후 퇴근시간은 트레픽도 심한데 일부러 내가 교회까지

가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Don’t be shy” 

엄마는 내게 정말 큰 선물을 주고 가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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