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3 박 4일 시애틀을 다녀왔다.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세 번의 밤을 며늘이(아들) 집에서 잠 잤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잠시 의자에 앉았다 온 느낌이다.
금요일 일을 급히 끝내고 하루에 한 번 운행되고 있는 오후 5시 패리(Victoria Cliffer)에 올랐다.
출발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파도가 심해서 멀미 약을 먹기를 권하는 방송이 나온다.
이 배를 여러번 타 보았지만 이 날 처럼 멀리약을 먹으라는 방송은 처음 들어본다.
나는 멀리 같은 것 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약이 공짜라는 소리에 솔깃하여
약을 타다 먹었다. 공짜는 어디서든지 친한 벗 처럼 가까이 하고 싶어진다.
배가 중간 지점에 다달았는데 갑자기 파도가 요동을 친다. 내가 타고가는 Cliffer 는
작은 배라서 자동차는 못 싣고 사람만 태우기 때문에 앉아있는 의자 높이나 밖의 파도 높이가
비슷하다. 파도가 좀 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테이블위에 얹어놓았던
커피 포트가 디리릭~~~ 하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어휴~” 제법을 넘어 많이 심하다.
멀미를 하지 않으려고 머리를 아래로 내리지 않고 앞을 향해 고추 앉는다. 테이블위의
지도를 보니 이 지점이 바다 한 가운데다. 처음 출발지점과 도착지는 가까이 섬들이 둘러
있어서 바람을 많이 타지 않는데 이곳은 망망대해라 의지점이 없는 탓에 이 처럼 심하게
파도를 받고 있다.
인간도 이 처럼 서로에게 바람막이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살면서 살면서 닥치는
원치않은 커다란 파도도 조금 쉽게 넘길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본다.
약을 먹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멀미를 하지 않고 견고하게 잘 버티고 목적지 까지 도착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시애틀에 도착하니 미리 나와서 나를 기다리던 며늘아이가
나비처럼 폴폴 날라와서 내 가방을 들어주면서 맞아준다.
집에 들어서니 아들과 손녀가 또 한 반갑게 맞아준다.
“할머니.”
“How are you 지원?”
손녀는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 하는데 나는 영어로 대답한다. 이 할매 우째야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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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원이예요. 저 이제 한 달 있으면 세 살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