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씩 하나님께 묻곤 한다.
“하나님, 오늘은 너무나 평범하게 지냈어요. 무엇을 쓸까요?”
“그럼 그 평범한 하루를 쓰렴.”
이렇게 기도의 응답은 1초도 지체없이 내려온다.
사실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행복한가?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이렇게 컴퓨터를 두드리는 이 시간이 없다면 길고 지루한
겨울을 즐겁게 보내기 힘들다. 여기 저기서 끙끙 앓는 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사는게 지루하다 / 사는게 뭐 재미가 하나도 없다.”면서 툴툴거린다.
어제는 우박이 쏟아지고 이 시간도 밖은 빗 방울 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온다.
봄은 어디에서 서성거리는지 문전에도 당도하지 못했다.
꽃들이 움추리면서 피고 이미 지고 있다. 눈 속에서 빗 속에서 우물쭈물하다고
힘 없이 지고 있는 꽃 몽우리들을 어제도 어느 길 가에서 보고 마음이 짠 했다.
우리 집 마당도 마찬가지다. 동백이 몽우리 진 지가 한 달여가 지났건만
아직도 활짝 피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녁때가 되어 음식을 만들려 아랫층으로 내려가야하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몸이 침대에 붙어있다. 이것 저것을 넣고 끓이고 굽고 해야지 하는 생각만
오락가락할 뿐이다.
꽃이 안 핀다고 타령을 하고 있는데 오늘 내 눈에 화악~~ 들어오는 보라색
올키드 꽃 송이. 작년 11월 내 그림 전시회때 서희진 시인이 선물한 것인데
4 개월 후에 다시 이렇게 예쁘게 피어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얼음 네 덩이를
뿌리위에 착실히 넣어주기만 하면 올키드는 죽지않고 다시 피어난다.
밖에서 못 보는 꽃을 방 안에서 보게해 주시는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 하신다..
“얘야, 불평 말거라. 너는 성질이 급해. 조금만 기다려 봐 곧 꽃 천지를 만들어 줄테니.”
그래도 이게 어디냐고 감사감사 하면서 꽃을 선물한 분에게 카톡을 치면서 함께 기뻐했다.
평범한 하루였는줄 알았는데 오늘 하루도 하나의 깨달음을 안겨주신 특별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