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는데 할머니가 되고보니 다른 할머니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을 좋다고 해야할지 그렇지 않다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
시애틀 아들집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패리 안에서의 얘기다.
한 열달 쯤 된 아기를 중심으로 할머니 그리고 아기 부모가
서로 마주보며 앉았다. 우연히 그 할머니 얼굴을 보게되었는데
패리가 목적지에 닿을 때 까지 그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을 보게된다.
우리 스토어에도 아기를 안던지 유모차에 태우고 들어오는 손님들이
있다. 그들을 살펴보면 엄마가 아기를 보고 웃는 것과 할머니가 웃는 모습은
확연히 다른 것을 알게된다. 엄마는 그냥 아기가 예뻐서 웃는 웃음이지만
할머니는 자신의 뱃속에 있는 까지 다 동원해서 웃는 웃음이다.
아기라고 다 예쁘다고는 할 수 없다. 때로는 아기도 인물이 좀 그럭저럭한데
그 아기의 할머니는 이 세상에 이렇게 미남 / 미녀 손주가 없는듯 자랑이 늘어진다.
나는 친한분들에게 손녀나 손자 자랑을 많이 하지 않기를 권하는 편이다.
나 역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어느해 옛날에 알던분이 방문하면서
앉자마자 손주들 사진을 주욱 늘어놓고 자랑을 하는데 좀 지나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손주는 자기 가족에게만 귀한 것이지 타인에게는
그냥 별로 감흥이 일지 않는다.
친구가 가끔씩 전화로 내게 손녀를 본 소감을 물어보면서
“보통 사람들이 손주 생각하면 그져 웃음만 나온다며요?” 한다.
내가 평소에 잘 알고있는 어느 할아버지는 중병을 앓고
있었는데 손자를 매일 보면서 병이 완전히 치유가 되었다.
손주와 할매 / 할매는 끊을 수 없는 깊은 관계, 손주는 신이 부여한
최상의 선물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이 아무도 안 보는 이 시간에 나도 손녀 생각하며 한번 크게 웃으면서
잠 자리로 들어가련다. “허 허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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