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092 – 행여나 했는데 역시나로

2014.10.04 00:23:51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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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한참 골프 재미가 들어갈 무렵에는 몸이 근질근질하다.

잠자기위해 자리에 누워도 천정에 골프공이 왔다갔다하고

집 안에서도 키 작은 클럽을 꺼내어 휘둘러본다. 뿐만 아니라

마당이 큰 집은 한 귀퉁이에 연습장을 만들어놓기도 하며

마루가 있는 집에는 퍼딩 연습도 한다.

이번에 나가면 좀 칠것 같아서 흥분된 마음으로 티 박스에 서보지만

몇 년 정도 쳐 가지고는 자기가 원하는 점수를 받기 택도없다.

물론 매일 골프장에서 산다면야 얘기가 달라진다.

18 홀 다 치는동안 삐꺽해서 놓친 공 주우러 다니느라

진땀을 뺀다. 집으로 돌아올때는 역시나로 마감하게 되고 나는 골프에

소질이 없나보다며 한동안 치러 나가지 않지만 주위에서

불러주면 엉덩이 춤추며 뛰어나가기 마련이다.

그럭저럭 연륜이 십여년 쌓이고나면 자기도 모르게 팔다리가

자연스럽게 움직여지고 필드에서 제법 폼나게 휘두르게 된다.

이런것을 두고 ‘골프는 마일리지’라고 하기도 한다.

잘 안 맞는 부부들에게도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아무리 서로 노력해도 물과 기름 처럼 겉도는 경우다.

아내 (혹은 남편)는 남편이 자기 좋아하는 쪽으로 마음을 써 주기를

원해서 싸우기도하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습관은 못 고친다.

인간은 스물여덟살이 넘으면 성격을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부부싸움을 하고나서 뭐가 좀 달라졌을까? 서로 기대해 보지만

다음 싸울때 하는 말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 (역시나다)

골프는 시간이 흐르면 수정이 되지만 슬프게도 부부사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팍해지는 경우가 많다. 기대하지 말고

사는 것이 더 부부 사이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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