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094 – 배 도둑

2014.10.06 00:03:30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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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 도둑맞았어.”

배 나무를 쳐다보는 나는 아연실색했다.

어제까지 주렁주렁 달려있던 배 나무에 단 한개도 남겨놓지 않고 싹쓸이다.

옆 나무도 다를 바 없다. 오직 꼭대기에 아주 큰 것 세 개만 남아있다.

저것은 아마도 높아서 못 가져 갔구나.

내일 바로 따야겠다는 내 생각이 잘못이었던 것은 다음날에 일어나고 말았다.

다음날 그것마져 몽땅 털이다.

씩씩거리며 돌아서는 등뒤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내게 말한다.

“나눠 먹어야지~

넌 이미 많이 먹었고 또한 갈무리까지 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잖니?”

뒤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그래도 그렇지요. 이번주말에 많이따서 교회 성도들과함께 맛있게 먹으려고

남겨둔 것인데요. 그리고 오늘 저 꼭대기 것은 너무 억울합니다.

제일 큰 것 정말로 아껴 두었던 것입니다.”

밤사이 대가족을 몰고와서 설이를 해간 불청객들.

이런일은 비단 우리집에서만 일어나는 얘기가 아니다.

과일나무를 갖고있는 집에서 같은 한숨소리 들려온다.

오늘 교회다녀오면서 대문을 여니 나무 줄기를타고 재주를 부리며

지나가는 설이꾼들. 아마도 금년 겨울 넉넉히 창고에 저장해 두었으리라.

폭신한 흙 무더기에는 그들이 묻어놓은 사과도 반쯤 등을 내 밀고있다.

자기네 딴에는 단단히 묻어둔 모양이다. 웃음이 절로난다.

앞뒤로 드나들면서 함께 먹고 살자고 투쟁한다.

봄에 사슴 그리고 여름에 토끼를 못오게 막아놓았더니 열매맺은후에는

또 다른 것들이 수시로 들어온다.

‘공중 나는 새를 보라 농사 하지 않으며
곡식 모아 곳간 안에 들인 것이 없어도
세상 주관하는 주님 새를 먹여 주시니
너희 먹을 것을 위해 근심할 것 무어냐’

왜 이 찬송가가 줄줄 나오나.

공중의 새도 이렇게 먹이시는데 나는 육십평생 먹을 것을위해

노심초사 걱정하며 살아왔구나. 나의 작은 믿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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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5 배나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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