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어느 여자가 손에 잔뜩 무엇인가들고 걸어간다.
한국 사람이다. 언니는 차를 세우고 그녀를 집에까지 바래다 주었다.
아주 오래전, 엘에이에서 살고있는 언니 병원근무 몇 년 안돼서다.
알고보니 그녀도 간호원이다. 둘이함께 공부하여 R.N.도 같이딴 두 사람.
그것이 인연되어 같은 병원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언니를 꼭 선생님으로
부르며 따르던 사람이다. 그분은 남편의 직장관계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지만 언니와의 친분의 끈은 여전히 든든하다.
완전 은퇴한 언니가 요즈음 한국 여행중인데 밤에 전화(카톡)가 들어온다.
한국의 남쪽 지방 외각지 병원에서 일 하는 그녀를 만나 언니의 목소리는
어린아이 처럼 들떠있다. “조용하고 아주 좋아 여기서 좀 살고 싶어.”
언니를 데리고다니면서 건강해야 된다며 운동시키고 사먹이고 온갖 정성을
다 쏟는단다. 자동차 한번 태워다 준 인연을 고맙게 여기는 그 분, 몇 십년이
지났건만 그때의 고마움에 이자까지 보태준다.
긴 인연의 줄 그 아름다움이 멀리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밤.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람사는 맛이 이런 것이리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