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곳 섬에 와서 오크베이에서 살다 삼 년 반 전에 현재 살고있는
랭포드로 이사왔다. 직장 동료의 부모님댁이 우리집과 가까워 하루는 방문했는데
때는 여름철이라 온갖 과일과 야채가 정원에 가득하다. 이분들은 이탤리안들인데
여름에 농사를 풍부하게지어 저장해서 겨울내내 좋은 음식을 먹는 분 들이다.
무화과 나무가 한 스무 그루쯤 있는데 열매가 지천으로 달려있다.
함께간 친구와 내게 주인이 무화과를 따 주겠다면서 사닥다리를 놓고 나무에
올라가더니 잘 익은 것으로 골라 각각 다섯개씩을 손에 쥐어준다.
나는 내심 이것 보다는 더 많이 받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말 맛있고 고맙게 잘 먹었는데 해 마다 그 분 생각을 해 본다.
봄 부터 여름내내 거름과 물을주며 잘 키워온 자기네들의 재산인데 내가
뭘 그분들에게 해 주었다고 속으로 좀 더 많이 받을 것을 기대 했을까 싶어
부끄러워진다.
아래 그림은 내가 미국에살때 내가 가꾼 정원이다.
봄에 호박을 여러그루 심었는데 이놈들이 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커다란
선반위에 수십 덩이의 누런 호박이 누워있는 것을 가을에 보고 깜짝 놀랐다.
언제들 이렇게 들어누워 여름을 즐기고 있었는지 얄밉고 기특하며
또한 기분이 참 좋았다.
가끔씩 만나는 정다운 부부가 있었는데 그분들이 호박들을보더니 탐을낸다.
내가 하나 따 가라고 하고 부엌에 잠간 들어갔다오니 세상에 내가 애지중지 애끼던
가장 큰 호박을 뚝~ 따가지고 입이 함바가지 벌어지면서 들고 나간다.
(그림 오른쪽) 나는 거의 울상이 되어버렸지만 이런일로 서로 기분 나쁘게
하기에는 좀 그랬다. 그 날밤은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바보같은 나를 나무라기만 했다.
내가 하나 따 줄것을 본인더러 따 가라고 했으니 그분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떻게 이렇게 예의없는 짓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 이후로 내 정원에서 나는 과일과 야채들을 좀 엄격하게 나누어준다.
위의 이태리언 분이 스무그루의 무화과 나무에서 과일 다섯개만 따주는 것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어쩌면 그분도 나 처럼 아픈 기억이 있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면서. 매사에 예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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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성됐습니다. 조금만 더 손질하면 사인들어갑니다.
데이지도 조금 더 손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