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172 – 김치좀 주세요

2014.12.30 22:56:22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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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이 들어온다.

“엘리샤씨 저~ 기~ 혹시 김치 좀 여분 있나요?

신김치도 좋아요.”

“아, 물론 드리지요. 내일 오후 8시까지 샵으로 오세요.”

대답은 냉큼 해 놓았지만 실은 지난 주 밴쿠버 나가면서 사돈댁에

며느리 오빠한테 같다 주느라 김치가 두어 포기 밖에 없다.

사돈댁 청년은 김치를 디져트로 먹는다. 내가 그 댁을 방문 할 때는

반드시 김치와 함께 간다.

내가 일찌기 거절을 못 배워둔 것이 잘못인가?

그래도 웬지 신이난다. 누가 내게 부탁 한다는 것은 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일을 얼추 끝내고 달려간 곳이 수퍼스토어다.

빅토리아에서 가장 큰 매장이고 동양 음식도 가장 많이 파는 곳이다.

야채부 쪽으로 달려가 배추를 사려고 두리번 거렸지만 없다.

애그머니… 보통때는 배추를 한 포기 씩 비닐에 싸놓고 열 댓 개 쯤은

있는데 오늘은 단 한 포기도 없다.

없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샹하이 복쵸이’라도 사야겠다는 마음으로 가격표를 보니

보통 배추보다 2개 이상 비싸다. 이크~

다시 두리번 거리는데 마침 야채부에서 일하는 직원이 나온다.

“저 혹시 배추 안에 있나요?”

친절한 직원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한 박스를 들고나오는데

우리가 먹는 배추는 아니고 그냥 ‘복쵸이’다.

가격이 우리가 먹는 배추 값과 동일하기에 그것으로 낙착하고

다섯개 사와서 부랴부랴 절이고 집에 있는 재료

고춧가루 / 사과 / 배 / 생강 / 마늘 / Red Pepper / 집에서 만든 새우 젓으로

양념하며  막김치를 담근다.

내 믹서기는 참 복이 많다. 주인이 바쁘니까 믹서기도 잠시 쉴 틈이 없다.

사람이든 기계든 늘 움직여 주어야 탈이 없고 매끈하다.

8시에 맞추어 샵으로 나가니 김치 받아갈 사람도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염치 없이 부탁했지요?” 하면서 김과 깻잎 장아찌를 한 보따리 내 놓는다.

“고마워요. 물물교환예요.” 살며시 웃으며 김치통을 들고 나간다.

“이것 봐. 되로주고 말로 받잖아.” 내가 나에게 의시대며 한 마디 해 본다.

행복한 하루 잘 보내고 일찍 자리에 든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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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바닷가에 나가서 설핑을 즐겼습니다.

여름보다 겨울 설핑이 더 재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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