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끊이 없이 내리는 겨울비다.
밖에서 줄줄 내리는 빗 소리가 피아노 소리처럼 운율을 내뿜는다.
여름에 화려하게 피던 꽃들의 뿌리들이 가만히 땅 속에 숨어 잠자고 있고
탄탄한 과수들도 종일 물을 마셔대고 있다.
요란하게 이틀 동안 울려대던 “해피 뉴 이어” 카톡 소리도 지쳤는지 조용하다.
디지털 시대에 접하면서 사람의 목소리나 손수 써 보내던 카드는 이미 아득한
옛날 이야기처럼 장롱속에 잠겨 버렸다.
해가 거의 없는 요즈음 일찍 밤이 찾아온다.
오후에 드라이브를 나가서 섬 한 바퀴를 돌았다.
공항을 끼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집들이 섬 집답게 아름답다.
복권을 사 당첨이되면 이런 곳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살다 가고 싶다는
욕심이 슬그머니 머리를 든다.
꼬리와 두어가지 뼈를 더 섞어 뽀얗게 우려낸 사골 한 통을 전해주는
마음 고운 이가 있다. 내가 일주일은 먹어야 될 만한 양이다.
어제는 붉은 양초와 향수를 건네주고 간 멋쟁이 이웃의 방문을 받았으니
내게 부어지는 이 은총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알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누구를 부러워 하는 일
*세상의 두려움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이를 먹고보니 다 지나간 듯하다.
하루를 잘 보낸 것에 대한 감사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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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섬처녀 15번 –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를 완성했습니다.
http://woori.us/Diary/131560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