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 사는 지금은 은퇴한 남상국 목사님에게 새해 인사전화를 드렸다.
오랫만이라 하며 반갑게 전화를 받아주며 긴 통화를 하게됐다.
목사님과는 이런저런 추억이 얼마나 많은지 전화를 끊을 생각을
잊으신 듯 하다. 바로 얼마전에 내 글에 썼던 안수할 때 머리에 무스를
발랐다고 살살 안수 해 달라고 했던 여집사 얘기를 했더니
“허 허 허 맞아요. 난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사건은 또렷이 기억나요.
안수를 할 때 머리에 힘을 팍팍 주어야 하는데 그만 그 집사님이 ‘살살~~’
하라는 말에 안수빨이 약해 졌을꺼예요. 흐 흐 흐”
목사님은 한 때 오 육백의 신도를 돌보았는 데도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모든 일들을 다 기억한다. 심지어 나와 x husband와의 나이 차이까지 알고있다.
“그때가 참 재미있었어요. 성탄절에 ‘돌아온 탕자’ 연극을 할 때 집사님이 작은아들
이었고 청바지에 구멍을 너무 많이 뚫어 입고 나와서 내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참
곤란했지 뭡니까. 허 허 허.”
“목사님, 목사님도 그런데 신경이 쓰이나요?”
“아, 무슨 소리요? 목사는 그런 장면을 보고나면 목사도 설교에 지장 받아요. 애구구.”
“그런데 목사님 연극을 하려면 실감나게 해야 하잖아요? 호 호 호.”
“지금 혼자 삽니까?”
“네 그림이 애인이지요.”
“사실 말인데 집사님은 남자로 태어 났어야 할 사람이예요.”
“애그머니, 난 예쁘게 치장하는 여자가 좋은데요.”
“아뇨 그래도 남자 였으면 더 큰 일도 팍팍 했을꺼예요.”
“그나저나 이제 연금 받을 나이 됐지요?”
내가 작년부터 받는다고 말 했더니 “할렐루야”를 외친다.
“목사님 연금 받는다는 것은 저물어가는 태양이라는 것인데 거기에도 할렐루야를
붙이나요?” “아, 그래도 우리 믿는 사람은 매사에 할렐루야를 외치는 것이 좋잖아요?
내가 할렐루야를 하도 많이 부르니까 이렇게 편하게 사는가 봐요. 흐 흐 흐”
내가 목사님을 만났을 때는 꽃다운 삼십 대 초반 목사님도 사십이 안 된 나이였다.
깊은 인연 소중한 만남, 남상국 목사님은 내가 예수님 다음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언제나 웃으며, 가진것을 다 교회에 내 놓았고, 내 교인, 타 교인, 비 기독교인도
모두다 내 이웃처럼 섬기며 살아 가고 있는 분이다.
좋은 목사 찾기가 힘든 세상이지만 나는 정말 행운아였다. 이런 분을 가까이서
뵈오며 신앙생활 해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는 분에게 목사님이 내가 남자로 태어 났어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애그, 당신이 남자였다면 여자들 얼마나 울리며 다녔겠수? 뻔해요 뻔해. 허 허 허”
“난 부자 년과 연애를 하면서 그년에게 돈 뜯어 가난 한 년에게 갖다줄꺼예요.”
희랍인 죠르바 처럼 혼자 사는 여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위로해 주고 그녀를
번쩍 들어 조용한 침실로 사르르 들어가면서요. 헤 헤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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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샵에 갖다 놓고간 님이 있습니다.
꽃 처럼 고운 사람입니다. 오늘은 노란 장미네요.
그래도 난 다음에 태어난다해도 여전히 여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