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책상정리를 했다.
몇 년전에 슬픈 일기장들을 무더기로 버리고 몇 권 남겨 둔 것을 다시 보게됐다.
무슨 미련이 남아서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지?
유독 아이들에 관한 기록들은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그럴 것이다.
1983년 4월28일 아침 늦잠자다 놀래 깬 기록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8시41분이었다.
아뿔사 이런일이 있나.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시간인데.
낭패로구나. 후닥닥 일어나 정신이 방 부터 달려갔다. 아이는 없고
침대는 곱게 개어져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신발도 가방도
없어졌다. 아이쿠 이놈들이 학교엘 갔구나. 어찌나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방으로 들어오려는데 노란 종이가 문 앞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 했다.
정신이의 장난기 섞인 편지. (이때도 역시 딸아이가 곰살스럽다.)
딸아이가 런치를 싸가면서 작은 메모를 남겨 놓았다.
그때 딸은 열 한 살이었으니 넉넉히 싸 갈 만한 나이기는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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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라색 나는 양배추 차를 끓여 마시고 있습니다.
던칸으로 가는 길 가을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