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209 – 냉정한 작품세계

2015.02.05 23:07:52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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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 부터 약 8년 전 여름 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International Artist Exhibition은

죠세핀이 살던 궁과 나란히 있는 건물에서 있었다. 첫 리셉션 저녁에는

각 나라에서 온 화가들과 그림을 보러온 파리장들로 그야말로 무더위와 함께

열풍을 일으켰다. 프랑스 화가 중에 미라이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전시동안 그

여인집에 머물고 있었다. 나는 불어를 못하지만 그녀가 영어를 잘 해서 나와

의사 소통에 불편함이 없었다.

전시가 시작되기 전에 작가들은 자기 작품이 어디에 걸려져 있나가

상당히 관심거리다. 전시 시작 테이프가 끊어지면서 각자는 자기 그림이

걸린 곳을 찾느라 두리번 거린다. 미라이는 자기 작품이 구석지고 조명이

어두운 곳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기가 막히다면서 대표를 찾아가서

“어떻게 내 그림을 이렇게 냉대 할 수 있냐”면서 펄펄 뛰었다.

그녀가 화를 낼 만했던 이유는 이 전시회를 준비하는 내내 상당히 많은 시간을

내어 주최측에 도움을 주었다. 영어를 그녀처럼 잘 하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그녀는 당연히 자기의 수고로 인해 좋은 자리를 차지 하는 줄 알았는데 시원찮은

구석에 걸어놓았으니 흥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흥분된 모습을 본 주최측 대표는 그녀에게 “당신이 수고 한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영어를 하는 것 때문에 이곳에 붙여주었다. 미안하지만

당신 그림은 수준미달이다. 이 곳에 당신 그림을 걸게 한 것 만으로도 당신을

예우 해 준 것이다. 화 내지말고 진정하라”며 잘라 말했다.

이 말을 듣는순간 미라이는 너무 기가 막히다면서 펑펑울었다. 자존심이 상한

미라이가 전시할 마음 없다고 작품을 떼어 당장 집으로 간다는 것을 여러 작가들이

말려서 전시동안 붙여놓기는 했었다. 소문을 들으니 그 충격으로 그녀는 붓을

꺽었다는데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된다.

그녀의 작품은 갸날프고 허술한 종이에다 그려놓았는데 내가 보기에도

엉성 하기는 했다. 그녀는 아들 하나와 프랑스 외곽의 싼 아파트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는데 미술 재료를 마음대로 살 형편이 못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미라이가 다시 붓을 들고 그림에 전염했으면 좋겠다. 마음씨 고운
그녀가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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