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새우를 사러 간 일 빼고는 종일 부엌에서 서성였다.
배추 김치 두 통과 깍두기 한 통을 담그는데 하루의 절반은 뚝딱 잘라 먹는다.
내가 몇 달 동안 담근 새우젓에 양파와 대파를 넣고 팔팔 끓인 후
고운 타월에 받혀 맑은 국물을 뽑아냈다. 걸르지 않은 새우젓으로 김치를 담그니까
색깔이 곱지 않아 어떻게 할까 궁리해 보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옛날에
엄마가 시커먼 멸치 젓을 끓여 밥 수건에 받혀 맑은 멸치젓 국물을 내던 것이 퍼뜩 생각났다.
안 보는 것 같아도 곁눈질로 슬쩍슬쩍 엄마가 하던 일들일 배우게 되는가보다.
이 맑은 새우젓국으로 새로 담근김치는 정말 빛깔이 환상이다.
내 새우젓의 업그레이드라고나 할까. 이런 일들이 만만찮게 시간을 요한다.
맛 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머리 한 구석에는 늘 집에있는 식 재료들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냉동고를 자주 뒤져서 정리하여 오래된 것은 과감없이
버리면서 신선도를 지켜주어야 한다.
뭐 그리 별나게 사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림 그리는 것 다음으로 음식 맛있게
해 먹는것에 신경쓴다. 건강해야 그림도 잘 그려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훈훈하다.
새우젓 업그레이드 하고 김치 맛있게 담군 날 김치 냄새 부엌에 가득한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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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분홍 장미 한 다즌도 선물 받았으니 살만 하지요? ^^
Happy Valentine’s Day everybody !!
새우젓 사러가는 코이찬 베이입니다.
ummm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