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우 왔어요.”
어제 전화기에 새우 아줌마로 블린다로부터 들어온 멧시지다.
지난주에 새우를 샀기 때문에 오늘 꼭 가지 않아도 됐건만 블린다의 사기를 돋워 주는 마음으로
달려갔다. 이 작은 새우는 과거에 못 팔던 것인데 내가 사주면서부터 블린다는 신이났다.
오늘 것은 아주 잔 것이 아닌 조금 더 큰 것이다. 물론 파운드 당 1불 더 주고 샀다.
비오고 으시시하던 겨울도 끝이 나는가? 바닷 물결도 잠잠하고 포근하다.
이렇게 따뜻한 날 일하는 블린다를 보는 내 마음도 편안하다. 블린다는 겨울동안 내내 내복과
잠바를 몇 개씩 껴 입고 주말에는 새우를 판다. 물론 주중에는 남편과 함께 새우를 잡아야 한다.
새우를 파는 것은 언제나 블린다의 몫이다. 죠지는 배 안에 있기 때문에 자주 얼굴 보기가 힘들다.
내가 죠지 건강이 어떻냐고 물어보니 다음주에 또 병원에 가야 한단다.
오늘 확인한 바에 의하면 죠지 나이 81세고 블린다 나이 55세란다. 내가 펄쩍 뛰면서
“뭐라구? 너무 했잖아? 네 남편이 어떻게 널 꼬드겼어 응 말해봐?”라고 말하니 빙그레 웃으면서
“내가 행운아지요.” 한다.
인생살이 사연 없는 사람 없는 듯 하다.
뒷 배경 음악은 바닷 물소리로 해 두고 그녀가 시작하는 삶의 얘기다.
“나는 과격하고 아주 못된 남자와 살고 있었지요. 딸 하나 두었구요. 그 남자와 새우 잡이를
하면서 살았는데 어느날 그 남자가 내 배를 훔쳐 달아나 버렸어요. 그것 뿐 아니라 그는 스토커처럼
나를 못 살게 굴었어요. 배를 도난 당하고나니 나는 살아가기가 막막했다우.
마침 그때 함께 새우잡이하던 남자가 중병을 앓고 있었어요. 그의 아내와 내가 십여 개월동안 병원을
들락거리며 병 간호를 해 주었지만 결국 소생 못하고 세상을 뜨셨어요. 참 좋은 사람이었죠.
지금 만난 죠지는 돌아가신 분의 친구였어요. 죠지도 친구의 병 문안을 하러 자주 왔었고
친구가 세상을 뜨자 그 친구의 아내에게 나를 소개해 달라고 했어요. 함께 살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고 내 딱한 사정을 그 친구로부터 들은 모양이예요. 죠지도 새우를 잡는 사람인데
아무 조건없이 배를 빌려주었어요. 죠지는 남들이 모르는 바닷속의 비밀장소를 알고 있어요.
지금도 그곳에는 항상 새우가 많이 잡히지요.
죠지는 나의 은인입니다. 평생을 다 해도 그의 은공을 다 못 값고 갈꺼예요.
고작 배 하나에 삶의 무게를 싣고 매일 바다를 향해 달음질 쳐야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이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없는 이유를 오늘에야
알게됐다. 55세의 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골이 깊다.
비록 주름 투성이인 얼굴이지만 누가 감히 블린다를 흉하게 늙어 간다고 말 할 수 있으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여자 그 이름 ‘블린다.’
죠지가 블린다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도 드린다.
프리웨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블린다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맴돈다.
“I am lucky woman”
Vancouver 조금 더 손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