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8 22:34:26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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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악의 근원이라”했지만, Mark Twain은 “돈이 없는 것이 일만악의 근원”(Lack of money is the root of all evils)이라 했다. 옛말에 “삼일 굶으면 성자도 이웃집 담을 넘는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나는 성자는 아니지만, 돈이 없어서 아무도 모르게 교회돈을 잠시 실례한 일이 생각난다.
내가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상담학 박사과정에서 중퇴하고 앞날이 암울할 때 나는 Cerritos에 있는 중부연합감리교회 교육목사로 일하고 있었다. 주말에만 나가는 파트타임 목사라 한달 수입이 800불이었다. 십일조헌금을 100불 내고, 방세 300불, 자동차 보험 100불 내고 나면, 한달의 식비와 자동차 휘발유값, 인터넷, 전화세등의 생활비를 300불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루는 주일 날 오후에 교회에서 자취방으로 돌아 와야 하는데 차의 기름값이 없었다. 그때 교회 학생부실에 있는 아프리카 선교비를 모아놓은 병이 보였다. 아무도 안 보는 중에 나는 $20불을 꺼내어 차의 기름을 넣고 그달 교회에서 봉급을 받는데로 그 병에 다시 20불을 넣어 놓았다. 내가 지혜가 있었다면, 종이에 “조목사가 20불을 꺼내었으니, 며칠까지 20불을 돌려 놓겠다”고 적어 놓았다면, 내 앞가림이라도 되었을텐데, 그 생각은 못하고 20불을 꺼내었다가 돌려 놓으면서 아무도 알아 차리지 못했으니 망정이지 학생부 아이들이 교육목사님이 교회 돈을 꺼내어 썼다고 해서 교회에서 문제가 생겼나면 나는 창피를 당하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최근에 한국신문에 보니, 생활고에 쪼달리다 범죄행위를 하다가 발각된 한국의 목사들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자기 은행통장을 빌려 주면, 인출액의 1%를 수수료를 주겠다는 국제 사기단의 유혹에 넘어가 50 초반의 개척교회 목사가 전화사기 인출책을 자원했다가 눈썰미 있는 은행원에게 발각되어 경찰에 체포된 일이었다.
그 목사는 전화사기단에 걸려든 사람의 돈 8천만원을 자기통장을 통해 인출하여 사기단에게 넘겨 주다 잡힌 사건인데, 80만원의 부당이익을 벌고자 무고한 사람의 재산 8천만을 훔치는데 가담했으니, 눈물을 흘리고 후회해도 그 죄는 법으로 처벌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에는 전라도 지방의 개척교회 목사가 돈이 없어 교회의 전기세를 못내자 교인의 신용카드를 훔쳐서 돈을 쓰다가 발각되어 체포된 일도 있고, 충청도의 어떤 젊은 목사 부부는 생활비가 없어 본인 부부의 성관계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대전역 앞에서 팔다가 경찰에게 잡혔는데, 경찰이 붙잡자 경찰의 손을 물어 뜯고 도망가다가 결국 잡혔는데, 신분조사를 하다 보니, 현직 목사라고 해서 경찰이 놀랬다는 신문기사도 읽어 본 적이 있다.
서울의 어느 교회에서는 세탁소를 하던 집사가 교회에 나오지 않자 목사가 술을 먹고 세탁소에 찾아가 집사에게 왜 교회에 나오지 않느냐고 폭행을 가해서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읽어 본 적이 있다.
한국교회는 목회자들의 빈부격차가 심한 것 같다. 어떤 큰 교회 목사는 장관들이나 조폭두목들이나 타는 검은색 고급 세단차인 Chairman을 타고 검은 안경까지 폼을 잡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저소득층의 목사들은 돈을 훔치거나 범죄행각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목사들이 과잉공급이 되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날 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미국에서 일자리를 알아 보기로 했던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는 돈도 없고 배경도 없고, 일류학교 출신도 아니어서, 교회의 생존경쟁이 심한 한국에서는 별로 장래성이 없다고 보았다.
먹을 것을 차지 하고자 동료 갈매기들과 경쟁하느니, 홀로 높히 멀리 날아가 물고기가 떼로 사는 푸른 바다(Blue Ocean)에 가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일깨워 주는 갈매기 Jonathan Livingston Seagull이 되고 싶었다.
그후 25년의 세월을 미국에서 살아 보았다. 나는 나의 선택에 별로 후회가 없다. 한국의 큰 교회 목사들이 비싼 차를 탄다고 해서 부러움도 없다. 어차피 예수님도 로마 장군들이 타는 화려한 기마차가 아니라 작은 당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최후 입성하셨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예수님을 따르는 목사들은 크고 비싼 차를 타는 것은 좀 부끄럽게 생각하고, 소박하고 실용적인 차를 타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옛날의 선비들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즐겼다고 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예수님도 “사람의 생명이 물질의 풍요로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물질이 많아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 탐욕과 비리와 범죄를 저지러면서도 많은 물질을 모으려 하다가 낭패를 당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적은 물질로도 만족하며 감사하며 사는 이치를 깨달은 사람일 것이다. 가만히 살펴 보면, 돈없이도 인생을 즐기는 길이 많이 있다. 목사들은 적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산보나 등산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데 대해 감사를 느끼면 좋지 않을까 한다.
미국교회에서는 목사들의 부인들이 거의 대부분 직업이 있어서 가족들이 목사의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목사들이 느끼는 재정적인 스트레스가 적은 것 같다. 한국에서도 목사의 부인들이 교육과 재능을 이용해 사회에 봉사하는 차원에서 일을 한다면, 목사들이 느끼는 재정적인 부담이 줄어 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개신교에서는 “만인사제직”(Priesthood of all people)을 믿는 입장이기 때문에, 꼭 목사가 아니더래도 사회에 이바지하는 어떤 일이라도 성직임을 깨달아, 목회가 아니더래도 다른 일을 통해서도 사회에 봉사한다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임을 깨닫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은 물질로도 만족과 감사를 느끼며, 인생의 지혜와 지식을 추구하며 돈이 안 들면서도 즐겁게 사는 슬기로운 삶, “안빈낙도”의 삶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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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문 밖에 이렇게 예쁜 화분을 모아놓고 공짜로 가져가라는 팻말이 붙여있습니다.
다들 바쁘게 사는 사람들인데 화분에 담아 내용도 써 넣어 놓았더라구요.
나도 딸기와 라벤다 화분 두 개를 가져왔습니다. 잘 길러서 옆집 사람의 정성에 보답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