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288 – 할머니의 미니 스커트

2015.05.03 07:30:03 (*.218.16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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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 오면 언제나 부담없이 머무는 몇 십년지기 친구네 집.

‘2020 Bellwood Hotel.’ 나는 이 곳을 늘 이렇게 부른다.

늘 처럼 먹는 아침식사는 Multi Grain 삼각빵위에 양파와 토마토 치즈를 올려 구운 것이다.

내가 만들어 먹는 것 보다 훨씬 더 맛있는 것은 친구의 정성이 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구수한 커피와 계란 후라이 사과 몇쪽으로 훌륭한 아침을 대접받고 나는 오랫만에

푸근한 휴식을 취하고있다. 친구는 몇 십 년동안 한번도 얼굴 찡그림 없이 늘 그 자리에

그녀 본래의 마음으로 대해준다. 이해성 많은 친구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것은 돈 보다 친구다.

돈이 나를 편하게는 해 줄 수 있지만 마음을 사다 줄 수는 없다.

슬플때 누구에게 전화 한통으로 위로 받고 싶을때 언제나 다이알을 돌릴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정말 행복하다.

같이 늙어가니 늙음의 슬픔도 함께 느끼는 모양이다.

“거울 보기 싫어 예” 아침에 친구가  툭 한마디 던진다.

곱고 고운 얼굴 피부까지 하얀 내 친구는 생전의 내 엄마도 인정하는 미인이다.

세월은 나나 그 친구의 젊음을 아싹아싹 갉아 먹는다. 나뿐 놈 !

오늘은 귀한 손녀의 첫 돌 잔치가 있는 날이다.

며늘아이가 마흔 넷이 아기를 낳았으니 얼마나 귀한가.

양쪽 일가 친척 친구들이 다 함께 모여 그 아기의 탄생을 축하해 주려고 한다.

남에게만 말 하던 그 ‘할머니’ 라는 말이 이제는 조금씩 내게도 실감이 난다.

친구는 다른 볼 일로 화장실에서 머리를 손질하면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패리타러 급히 나오느라 옷도 달랑 한벌 밖에 가지고 오지 못했다.

밸벳 투피스를 가지고 왔는데 날씨가 아침부터 너무 더워 어쩌나?

그렇다면 편하게 입고 온 것을 입어야 하나 ?

‘할머니의 미니 스커트!’ 그것도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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