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노?”
“김치 담근다”
“그래야제, 사람들 퍼 믹일라카몬 김치 계속 담궈야 한다.”
친구의 야유다.
이번 출입에 “요리하러 부엌에 들어가면 평온하고 쉼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났다.
곁에있던 다른분이 기가 막히는지 고개를 흔든다.
나는 쉼 까지는 못 느끼지만 요리하러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많은 여성들이 “뭐야? 난 지겨운데…” 한다.
아무튼 사람마다 태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친구의 야유를 받아가며 장 보아온 김칫거리로 연 이틀 동안 3가지 김치를 담궜다.
김치 담글때의 우리 부엌은 전쟁터 같다. 양념가는 믹서기로 시작해서 크고 작은 그릇이 대동되고
젓국과 과일들의 행진 거기에 찹쌀풀을 쑤어 식혀야 하는 일까지 그야말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에는 김치가 여러가지라서 코스코에서 빨간 고추를 두 봉지 샀다.
담궈진 열무김치를 조금 담아 한국인 직원에게 드렸더니 희색이 만연하다.
빨리 집에가서 밥 먹고 싶다며 입맛을 다신다.
김치를 담그는데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늘 찬송가를 부르시면서 부엌일을 하셨다.
고되고 힘든 세월, 부엌에는 무슨 재료가 있었을까. 김치 색깔은 늘 푸리딩딩 했고 간은
너무 짜서 언제나 얼굴을 찡그렸다. 아마도 소금에 절여 고춧가루 약간을 뿌리고 마늘만 조금
넣었을 것이다. 당시 김치거리 재료가 그리 다양하지 않았고 더우기 우리집은 식구가
아주 많았으니 근사한 김치는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모든것이 풍부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 나 없이 복된 삶을 부여 받았다.
요리하는 시간이 즐거운 엘리샤, 그래야 번개도 치고 사람들에게 김치 한 줌도
나누어 줄 수 있다. 부엌이 써늘하면 집안도 써늘하고 마음도 써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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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열무 김치
통배추 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