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293 – 고사리

2015.05.09 23:51:45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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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고사리 철이다.

몇 년동안 열심히 고사리를 꺽으러 다녔는데 금년에는 시간을 못 내고 있다.

내가 고사리 조금 저축 해 놓은 것을 아는 분이 가끔씩 육계장에 넣어 먹겠다며

손을 벌리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금 건네준다.

정말 고사리는 그렇다. 고사리가 소고기 보다 더 맛있게 요리되어 입에 들어가기 까지의

과정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고사리가 서식하는 곳을 찾기가 그리 쉽지않고

설령 있다고해도 길 가에 것은 꺽지 못한다. 조금 구석에 있는 고사리를 발견하면

돌아가신 엄마 만난 것 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 중 다른 반찬들이 많지만 고사리를 접시에 올려놓으면 모두들

젓가락이 그쪽으로 쏠린다. 사실 빅토리아 고사리는 그 알의 굵기가 대단하다.

고사리 대가 왕골처럼 튼튼하고 연하며 그 쫄깃하고 야릇한 맛은 어디 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어제 오늘 날씨가 무더워 바람을 쐬러 북쪽 나나이모 쪽으로 올라갔던 아는분이

골목길을 들어서는데 고사리 대를 발견했단다. 너무 신이나서 정신 놓고 꺽다가

자동차 파킹 해 놓았던 곳을 찾지못하고 숲 속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같혀 있었단다.

집에 돌아와 고사리 대가리를 따 내고 삶아 물기를 빼면서 낮에 공포는 다

살아지고 두툼하게 삶겨 누워있는 고사리를 보면서 1천불 보너스를 받은 것 보다 더

기분이 좋다고 말해 함께 웃었다.

그렇다면 왜 한국 사람은 이 고사리에 열광하는가?

친구들과 고사리 얘기를 가끔씩 해보면 고사리를 꺽을때의 그 쾌감이 말 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이다. 똑 똑 줄기를 꺽을때 엔돌핀이 머리에서 좌르르 흐는 것을 체험 한다는

친구도 있다. 또 어느분은 고사리를 딸때의 기분보다 그것이 가져다 주는결과를

생각하면서 흐믓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고사리를 즐겁게 꺽는다고도 한다.

*고사리가 1천불 보너스를 이겨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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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고사리

May 9 고사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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