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늘 아이는 원래 캐나다 출신이며 아들과 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부쳐드 가든을 다녀간지가 20 여년이 됐다고해서 손녀와 나들이 갔다.
날씨마져 아름다워 우리 세 여자는 꽃 밭을 헤메고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게됐다. 손녀와 잔디에 앉아 싸온 점심도 함께먹고
며늘아이의 살아가는 얘기도 들으니 역시 사람은 자주 만나야 친해지는
모양이다. 며느리도 빡빡한 스케쥴로 매일 바쁘게 살아가지만 크고 작은
일들을 잘 피해가면서 살아감에 감사하다.
손녀에게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더 배워주기위해 찾아온 며늘아이가 너무 고맙다.
나는 손녀에게 계속 한국말로 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데 자꾸 영어가 튀어나와서
영어하고 다음에 다시 한국말을 덧 붙여 손녀에게 말해주곤 했다.
그러다가 며늘아이에게도 한국말이 나와서 당황하기도하면서 하루종일
이중 언어에 혼선을 가져온 웃지못할 하루였다.
며늘아이의 또렷한 ‘할머니’라는 말을 들으면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든다.
나는 얼마 전 까지도 할머니는 나면서 부터 그렇게 할머니 모양으로 살아온 것 같은
착각을 해 왔던 것 같다. 나는 이제 분명히 할머니인데 왜 다른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고
나는 아직도 팔팔한 청춘같은지. 누가 들으면 “으 흐 흐 흐 얄미운 생각”이라고 하겠지.
손녀가 우리는 알아 들을 수 없는 자기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목청높이 불러대니
혹 이 아이가 오페라 가수가 되는 것이아닐까? 하는 착각도 하면서 5월 하늘에
나붓기는 만국기를 바라보며 오늘을 주신 하늘에 감사했다.
다 함께 종일 다녔는데 며늘아이와 손녀는 벌써부터 골아 떨어졌는데 나는 아직도
씽씽하게 컴퓨터에 앉아 이 글을 쓰고있다. 내게 ‘청춘 할머니’ 쯤으로 붙여준다면
더 없이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