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304 – 엄마 = 힘+용기

2015.05.22 22:06:11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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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욕실에서 더운 물을 가득히 부어놓고 목욕을 할때마다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밴쿠버 우리 집에서 살때 언제나 욕실의 물을 반쯤 받아놓고 목욕을 하셨다.

가끔 나한테 들켜서 혼이 나면 더운 물을 아껴 써야한다고 말하신다. 엄마의 지나온

시간들 속에 아껴야 할 것이 비단 더운 물 뿐이었을까?

마당일을 할 때도 엄마 생각이 난다.

부지런한 엄마가 계셨더라면 새벽부터 밤이 맞도록 마당에 잡초하나 없이

정리를 할 텐데… 나는 방에 가만히 앉아서 그림만 그려도 좋을 것이다.

요리 할 때도 엄마 생각이 난다.

미안한 얘기지만 엄마의 요리는 엉터리였다. 딱히 요리라고 말 할 수 없다.

없는 재료로 무엇이 번듯하게 나올 수 있었을까? 그래도 자식들을 굶기지 않고

먹여주셨으니 대단하다. 가을에 시래기를 엮어 벽에 못질을 하고 말리던 기억도

또렷하다. 알고보니 그 시래기가 그래 사람몸에 좋았다니. 보리밥도 그렇고.

봄에 고사리를 꺽을때는 정말로정말로 엄마 생각이 간절하다.

천국에서도 내가 고사리를 꺽는 모습을 보신다면 “하나님 내 잠깐만 내려 갔다

오겠슴다. 저것들 다 쒜기전에 우리 딸 따주고 올랍니다.”라고 떼를 쓰지 않을까.

매월 집세와 공과금을 밀리지 않고 낼 수 있을 때 마다 엄마 생각이 난다.

못난 딸이 이리저리 유리하면서 방황할 때 엄마는 말없이 나를 바라만 보고 계셨다.

간혹 한마디 “야야, 세상 사는게 별거 아니다. 뭐든지 편하게 생각하거라.”

남들은 부모님께 큰 선물도 척척 하는데 용돈 겨우 매월 1백불씩 밖에 못 드렸다.

서브웨이에서 열심히 일 하는 모습도 보여 드리고 싶고

그림 그리는 내 모습도 보여 드리고 싶다.

6월에 독일로 전시회 떠나는 자랑도 하고싶다.

지금도 나를 걱정하는지 책상 위 엄마사진 속에서 말씀 하신다.

“야야 울지 말거라. 잠시 있으면 만나게 된다.”

엄마 = 힘 +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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