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유럽에서 돌아와 여독도 안 풀렸는데 어젯 밤은 미국 워싱턴주 벨링햄에서 자게됐다.
요즈음 하도 잠 자리를 바꿔서 밤에 화장실을 가려고 눈을끄면 여기가 어디지? 화장실 문이
어디에 붙었더라? 며 잠시 생각해야 한다.
소셜시큐리티 오피스에 급히 사인하고 미국 여권을 제출해야 했다.
내가 여행가는 동안 시간이 지났고 마감일이 7월 5일이라는 편지를 여행에서 돌아온 후
메일 통에서 꺼내게 됐다. 7월5일은 주일이라 월요일에는 받아 주겠지라며
서둘러 미국으로 떠났다. 패리에서 내려 국경을 달려갔는데 아주아주 먼 거리에서부터
긴~~~~ 줄이 가물가물하다. 자동차가 한 발자국씩 움직이며 기어간다. 무려 2시간 20분 만에
국경을 넘게됐다. 날씨도 무덥고 마음은 초초해서 고요한 마음을 다스리기에 여간
힘들지 않았다.
아침에 미국 사무실에 떠난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국경을 넘어 오후 4시 문 닫는 시간까지는
아무래도 턱없이 시간이 모자라기에 다시 다이얼을 돌려 내 사정을 말했다. 내 사정은 내 사정이지
미국 소셜 시쿠리티에서 일일히 한 사람 사정을 들어 줄 리는 없을 터.
3시 40분에 국경을 넘어 GPS에서 부르는데로 장소를 찾아가는 엘레샤.
이게 뭐 마라톤 인생인지…
소셜 시큐리티 사무실 문 고리를 잡은 것이 4시3분.
나를위해 문은 열려 있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고 근처를 배회하면서 어디 사진 찍을 곳이
없나 살핀다. 동네가 고급 동네는 아니지만 소소한 삶의 집들이다. 그런가 하며 돌고 있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노란 해바라기들. 와 와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었다. 한 여름 더 없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당당한 해바라기 무리들이 온 동네 몰려있다.
해바라기 많이 그리는 나는 이게 왠 떡이냐.
소셜 시쿠리티 사무실 시간은 못 맞추었지만 건진게 있구나 싶어 자위하며 동네를 돈다.
조금 더 가니 희안한 식당이 있는데 집 이름을 Sunny Land 라고 붙여 놓았다.
마당에 커다란 닭과 자동차가 산뜻하게 칠해져 있다. 시간이 안 되었는지 식당문은 잠겨있다.
잠 자리를 찾아 모텔에 들어가 들고간 소설책 한권을 맛 있게 읽으면서
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한 시간 전에 소셜 시큐리티 파킹장으로 달려갔다.
내가 첫 번째이고 조금있으니 슬금슬금 차 들이 파킹 장 안으로 들어온다.
안돼겠다 싶어 얼른 문쪽으로가서 첫 번째 줄을 섰다. 사람들도 내 뒤로 줄을 선다.
거기 까지는 좋았는데 모텔에서 커피 한잔을 죽~ 마시고 온 탓인지 긴장해서
그런지 내 몸에서 불편하다고 연락이 온다. 그러나 나는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지경.
우짤꼬?
바지에 실례를 한다해도 나는 1번 자리를 내 놓을 수 없었다. 배 타고와서 하룻 밤 잠까지
자고 온 사람인데 본전 생각을 해도 나는 아랫배에 힘을주며 달랠 수 밖에.
정각 아홉 시 드디어 문이 열린다.
내가 첫 발걸음을 내 딛고 어디서 표를 받느냐고 물으니 안내원이 가리켜 준다.
그냥 번호 표를 받을 줄 알았는데 무슨 일로 왜 왔는지? 컴퓨터로 내게 묻는다.
내가 하나씩 클릭하여 세 번째까지 가니까 철커덕하며 표 한장이 떨어진다.
다행이다 싶어 표를 들고 화장실로 가려하니 창구에서 나를 보며 바로 오라고 손짓한다.
이크. 사정 안 봐주네.
서류를 내 밀고 내가 잠시 화장실 다녀와도 되냐고 물으니 그럼 다녀와서
다시 맨 뒷줄로가서 표를 가져 오라고 한다. 턱도 없다는 소리다.
나는 다시 침착하게 일 처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국 여권과 내 다른 출생의 기록 한가지만
필요했기 때문이다.
10분만에 일을 끝내고 내 몸도 가볍게 비웠다. 휴~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캐나쪽 보드에서 하필 인상 나쁜 오피서가 걸렸다.
“어디 사나요?”
“빅토리아요.”
“얼마동안 떠났었죠?”
“하루예요.”
“어딜 다녀왔소?”
“밸링햄요.”
“뭣 땜에요?”
“걍 바람쏘이고 왔소.” (이럴때 소셜 시큐리티 등등 얘기하면 복잡하다.)
“걍 바람?”
“그렇소. 내가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그렇소.”
“밸링햄에서요? 별로 유명한 곳이 아닌데.”
“사람에 따라 다르죠 별로 유명한 곳을 난 좋아해요.”
할말이 없는지 나를 한 참 처다본다.
“이 차 당신 차 맞소?”
“하모”
시끼가 실없이 자꾸 말을 끌고있다. 이러니 우리 줄이 가장 천천히 움직였겠지.
하루 미국까지 다녀온 오늘 아직도 잠 못 들고 나는 서성인다.
아니 잠이 안 온다. 유럽 시간 캐나다 동부시간이 뒤 섞여서 내 몸이 간음 못하는 듯하다.
곧 정상으로 돌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