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방영된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악역으로 출연한 견미리씨가
그녀의 아파트를 드나들면서 계란 세례를 받기도 했고 거리를 지나칠 때 큰 소리로 욕을
얻어 먹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혹자는 그것도 그녀의 인기 표시라고 말하지만
무식한 시청자들의 소행이다. 이 처럼 연극 영화 문학 그 모든 예술 활동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극중 인물이 배우의 실제 삶인양 착각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다.
내 나이 사십이 아직 안 됐을 때였다. 밴쿠버에 살때 밴쿠버 문인협회 회원으로서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릴레이 소설을 쓴 적이있다. 지금은 고인이되었지만 닥터 홍성화씨가
첫 회를 썼는데 제목이 ‘제비’였다. 두번째 사람은 그분의 글을 연결시켜야 했고 그 다음
순서대로 ‘제비’에대한 소설을 써 나갔다. 나는 네 번째 순서였는데 어떻게 제비를 실감나게
쓸까 고민했다. 일반적으로 제비의 이미지는 바람둥이 / 돈 벌이는 안 하면서 어디서 돈 사기치든지
집안 돈 긁어내는 / 여자 가슴에 대 못 박는 / 등등이다.
나는 앞의 세 사람보다 좀더 적극적인 문구와 있을 법 한 사건들을 엮으면서 힘들게
내 순서를 마감했다. 제비가 여자를 꼬셔서 밤을 지새우는 장면도 그냥 “A는 B 여자를 만나서
하룻밤 정을 나누었다.” 뭐 이렇게 쓰면 독자들은 시쿤둥, 실망 하면서
“재미없네, 시시하네…” 그럴 것이다.
나는 내게 채면을 걸면서 이것은 작품이기 때문에 내가 제비가 되어야한다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문제는 신문이 나가고 첫 주일에 교회에 가서 였다. 나는 그 당시 열정적으로
기도도 많이하고 교회 봉사도 많이 했었다. 이런 여 집사가 이처럼 괴괴한 (그들의 생각) 글을 썼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멀리서 한 여자 집사가 나를 보더니 쪼르르 내게 달려왔다.
“집사님” 하면서 내 앞에 서는데 나는 그녀가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거 소설이거든!” 나는 다른 사람들도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그녀를 향해 한 방 날려주었다.
그녀가 아무 소리도 못하고 슬글슬금 뒤로 물러나갔다. 그 이후 교회에서 아무도
내게 그 소설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작가는 독자들의 눈치를 보게된면 쓰고싶은 글을 쓸 수 없다.
회원중 가까운 분에게 왜 당신처럼 글 잘쓰는 사람이 그렇게 밍밍하게 쓰냐고 했더니
마누라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한다. 아무튼 교회식구들 집안 식구들 생각하면 글 제대로 못쓴다.
작가 이름을 잊었지만 온통 남자의 벌거벗은 작품들이 온 방마다 가득했던 전시장을 기억한다.
곧게 서 있는 장면으로부터 여러 형태의 남자 몸을 표현했다. 캔버스 크기도 대형이라서
실제 사람 사이즈 보다 두 세 배는 큰 남자의 알몸. 우리는 그런 그림 앞에서 낄낄거리며
웃지 않는다.
어제 심순애와 이수일 리허설을 하면서 김중배 역을 맡은 분에게 감독이 말한다.
“더 좀 김중배답게 액션을 취하세요. 바람둥이가 여자 프로포즈 할때 그렇게 해요?”
감독은 언성을 높이면서 좀더 실제 인물의 태도와 가깝게 표현하라고 힘 주어 말한다.
평소에 그렇게 안 살던 사람이 갑자기 허물어진 사람 연기를 하려니 그럴 것이다.
연극은 어디까지나 연극이다.
김중배 역을 맡으신분 마음에 부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을 바라며 자리에 든다.
목요일 다시 리허설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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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교장선생님 오늘도 낮에 와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커튼과 사인판을 달고 아름답게 완성 됐습니다.
이제 막 올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여러분 많이들 오세요. 금년 구호는
Island Night Amazing 입니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