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377 – 나와 다른 사람들

2015.07.29 22:18:04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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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두 주에 한번 씩 리사이클 통을 거두어간다. 우리 동네는 격주로 화요일이다.

매주가 아니고 한달에 두번 오는 것에 대해 불만이었지만 어쩌랴.

우리 바로 옆집이 작년에 이사를 왔는데 이 들이 처음 리사이클 통을 내 놓았을때

아! 어머~ 저렇게 ! 라며 감탄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버릴 박스나 종이들을 가지런히 포개어서 질긴 끈으로 꽁꽁 묶어서

바람에 흣 날리지 않게 한 것이다. 바람의 염려 뿐만 아니라 어찌나 정성 스럽게 묶었는지

마치 우체국에 소포 붙이는 것 처럼 정갈하다.

내 경우를 보자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오면서 사람들이 미리 내 놓은 파란 프라스틱 통을

보면,
“어머나 내일이구먼”. 하면서 이 주 동안 광 속에 모아 두었던 종이나 박스들을 꺼내서

큰 박스를 기초로해서 그 안에 대강대강 요리조리 조무래기들도 쑤셔넣고 후다닥

문 밖에 내 놓기가 일수다. 언제 그것들을 차곡히 가라앉히고 키를 맞추고 끈으로 묶어서

전시회에 나가는 작품처럼 할 수 있으랴.

옆집 사람은 서양분인데 그런 한국 사람을 또 만났다.

토요일 아일랜드 나잇에 참석할 분으로서 드링크를 도네션 하기로 했었다. 마침 전화가와서

픽업을 갔는데 내가 금년에 고사리를 일정량 못 꺽어서 고사리 나물에 지장을 미치게

됐다고 말하니 본인이 꺽어 놓았던 고사리 한 뭉치 건네준다. 어찌나 고마운지 절 열번을 하고

집에 돌아와 봉지를 열어보니 세상에나… 가지런히 고사리를 묶어 말렸다.

나는 마당에 주욱 널어놓고 마르면 훓어 큰 그릇에 담는 것으로 끝나는데

이 분은 마치 볏단 묶듯이 곱게도 묶어 말려놓았다. 위에 옆집 사람이나 오늘 고사리와

드링크를 선물해 준 두 분들은 모두 심성이 고운 분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가만있자 그 분 성함이 심성이잖아. 그래 노심성씨, 오…

이름 대로다. 지금 물 속에서 불리고 있는데 내일 쯤이나 다 불려질 듯 하다.

입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이 처럼 많은이의 정성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을 꺽느라 수고하고

삶아 말리느라 수고한 것 내가 너무 잘 안다. 토요일 고사리 나물 옛 보다 더 맛이

좋을 것이 확실하다. 심성님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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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에 커튼이 뺑 돌려 다 쳐졌습니다. 우리 집 커튼 몽땅 내려서 세탁하여 종일

작없에 들어갔습니다. 내일 마지막 리허설이 있습니다. 의자 일부가 마당에 들어와 있습니다.

늦게 오시는 분은 서서 구경 하셔야 합니다.

July 29 고사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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