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 거리던 모든 이들이 떠나가고 허트러진 것들을 대강 치우고 방으로 들어오니
창 밖 먼 하늘에서 둥근 달이 두둥실 떠 있다. 달이 어찌나 크고 밝은지 불을끄고 내다보면
마치 대낮같다. 사람들의 내면에는 모두다 신명줄이 들어있다. 그 줄의 굵기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이번 행사는 십대에서부터 팔십대 중반까지 모인 그야말로 나이를 초월하는
행사다.
하모니카를 부는 분도 팔십을 훌쩍 넘었는데 평생 불어온 하모니카, 손만 같다대도
음이 절로 뚜욱뚝 떨어진다. 그런가 하면 팔십 오세된 중국 분은 여친과함께
춤을 추는데 여인을 팔랑개비처럼 돌리며 가볍게 리드한다. 흠~
작년에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던 앨런 교장선생은 얼굴만 보지 않으면
팔팔한 이팔 청춘이다. 엘비스가 살아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각각 자기 분야를 연습하고 차례로 돌아간 연출자들이나 준비하는 나나
그 날을 기다리며 행복해 한다. 출연자 중에 무대에 대해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사실 지난 주 폭우가 쏟아지면서 새로만든 무대가 비를 흠뻑 맞았었다.
아침에 눈을뜨고 보니 무방비로 비에 두둘겨 맞아 울고있는 무대를 보면서
난감했었다. 불야불야 천막을 치고 마룻바닥 물기를 빨아내느라 좀 고생했다.
공연날은 천막을 거두게된다. 햇살좋은 일기예보도 있고 하늘과 나무를 보면서
공연하는 재미를 더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부엌 도우미 세 사람이 준비됐다. 시간대로 오기 때문에 그리 당황 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빅토리아 작은 섬 마을이 으쌰으쌰, 조금 요란하다. 연극팀은 이제 어디로 불려 다녀야
할 정도로 급 성장했다. 그렇다. 모든것은 진지한 연습이다. 능글거리는 바람둥이 역도
진짜처럼 보여지는데 다음 날이 주일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모두들 곤히 잠 자고 건강한 모습으로 이 틀 후 만나기를 희망하며 자리에 든다. 샬롬
Robert씨가 와서 피아노 조율을 해 주었다. 나는 피아노를 못 치기 때문에 평소에 쓸 일이 없지만
아일랜드 나잇 때문에 일년에 한번씩 검사를 맞는다.
오래된 피아노지만 소리가 좋다면서 조율을 마치고 자신이 즐기는 곡 하나를 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