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2일 (Saturday)
음식점은 금요일 토요일이 가장 바쁘다. 더우기 아직 방학 중이라 가족 단위 손님들이 줄을잇는다.
직원이 모자라서 절절매고 있는 중 “오늘 몸이 안 좋아서 도저히 일 못가겠어요.”라는 문자가 들어온다.
부지런하고 활달한 직원인데 요즈음 몸이 좀 불편해서 끙끙 거리고 있다.
탐슨에게 오늘 점심 시간은 너와 나 둘 뿐이니까 빨리 식사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전투태세를
만들라고 했다. 네 명이 일 해야 하는데 우리 둘 뿐이다. 이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온다. 나는 캐쉬어 쪽과 야채를 겸해서 일 하고 탐슨은 주문을 받으면서 차근차근
손님을 받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이 그래도 기다려주는 문화기 때문에 감사 할 따름이다.
크게 지체없이 감당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데빗 머신에 이상이 생겼다. 한 사람 끝나고 다시 시작하면
머신에서 우리가게 아이디넘버를 넣으라고 나온다. 매 손님마다 아이디를 찍은 후에 돈 액수를 찍게 하니
일이 많이 지연되고 있다. 적어도 한 사람에게 별도로 소요되는 시간이 12초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가슴이 답답하고 진땀이 난다. 이럴때 8번을 누르고 No를 누르면 해결이 되는데 어느 지점에서
그것을 눌러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조금 느리지만 이대로는 넘어가기에 침착하게
한 사람 한 사람 카드 결제를 하고 내 보낸다. 왜 하필 직원 부족인 날 이런 일 까지 벌어지는지.
손님들이 줄어들고 나서 바로 카드 회사로 전화걸어 해결을 보았지만 바쁜 몇 시간 동안
너무나 긴장해서 정신이 다 나가 다시 주워 담느라 다시 진땀을 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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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3일 ( Sunday)
파트 타임 두 명이 잠시 3~4시간씩만 일 해 주고 갔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들을 탐슨과 내가
마감까지 가야했다. 계속되는 설거지를 하면서 손이 험해 지기는 해도 닳아지지 않는 것에 감사했다.
우스게 소리겠지만 어느분이 하는 소리가 생각난다.
일 많이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전생에 게으르고 뺑돌이 쳤기 때문에 금생에 일을
많이하는 거라는데 나도 전생에 매일 누워 잠만 자던 게으름 뱅이였나보다.
어제도 저녁을 사다 먹었는데 오늘 저녁도 중국 집에가서 두 접시 시켜왔다.
샵 문을 닫고 탐슨과 함께 우리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맛 있게 저녁을 먹었다.
탐슨은 우리 샵에서 정말 열심히 일 한다. 아무리 나이가 젊다고해도 힘들 것이다.
나는 이 청년의 성실성을 늘 칭찬해주며 수시로 저녁을 해다 먹이던지 사다 먹인다.
오늘 밤은 둘이 힘든 삶의 얘기도 나누고 탐슨의 필리핀에 두고온 아내와 아들 얘기도
물으면서 보냈다. 탐슨은 눈에 이슬이 맺히고 우리 회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늘 잊지 않겠다고
말 한다. 자기 인생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기도 우리 한 사장님 처럼 좋은 사장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처음에 맥주를 나와 한 병씩 마셨는데 뱃골이 큰 탐슨은 내 눈치를 보더니 세 병이나 마신다.
“언니와 함께 식사 할 때 너무 행복해요.”
“고마워”
저녁을 잘 먹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탐슨의 등에대고 내가 소리쳤다.
“탐슨 경찰한테 티켓 떼이지 않게 조심해.”
“오케이 언니 경찰 피해 조심해서 할께요.” 탐슨의 익살스런 대답이 문 틈으로 들어온다.
언제나 웃음 잃지 않고 일 하는 탐슨의 앞 날에 축복 있기를 빌며 자리에 든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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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마지막 정상에 오른 새벽 하늘.
(마지막 날은 밤 12시에 산을 오른 다는데 산소 부족으로 인해 한 발자국씩 천천히 떼면서 밤
새도록 올라간다고 합니다. 정상에 오르는 시각이 아래 해가 비치는 새벽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