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2 18:57:27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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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소시지 가공 공장에서 열린 신입 임시직공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 갔습니다. 한시간에 십불이라는 많지 않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겠다고 온 사람들을 보니, 히스패닉과 러시아 이민자들, 흑인들과 백인 하층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 삼십여명 와 있더군요. 그래도 범죄의 길로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일을 해서 인생을 살려는 사람들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사과에서 나온 뚱뚱한 젊은 여자가 신입사원으로 모집된 우리들에게 공장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무단결근, 무단조퇴, 반복되는 지각등은 해고의 사유가 된다. 구멍난 청바지나 발가락이 보이는 신발은 안된다. 대형 냉장고 근방에서 일할 경우를 대비해 언제나 두꺼운 스웨터를 준비하라. 작업복은 청바지에 샤츠 위에 공장에서 제공하는 흰 가운을 입고 머리에는 그물망 모자를 써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알려 주더군요.

 

그때 프로복서와 같이 생긴 흑인 대머리 남자가, “나같이 머리칼이 하나도 없는 사람도 그물망 모자를 써야 하느냐?”고 묻자 인사과 직원은, “그렇다. 예외없이 모두 그물망 모자와 정육점 아저씨들이 입는 하얀 가운을 입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색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그 분의 말 한마디 때문에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인사과 직원은 계속해서, “작업장에는 휴대폰을 들고 들어 오지 말 것이며, 휴대폰을 사용하다 걸리면 해고감, 껌이나 음료수를 마시는 행위 금지, 장신구 착용 금지 등등”을 얘기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듣다가 내가 교회목사로 얼마나 편안하고 안일하게 생활해 왔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교회 사무실 출석시간에 맨날 늦고, 근무 시간에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으니, 교회에서 해고를 몇번이나 당해도 마땅한데, 교인들이 문제삼지 않아서 이제껏 편하게 목사로 살아 온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나랑 가까이 지내는 전임지의 교인 Don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오늘 부터 공장에 일하러 갑니다.”했더니, Don 할아버지는 “좋은 경험이 될 거요. 내가 평생 교회를 다니며 보니, 직장생활을 하다가 목회자가 된 목사님들이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만 한 목사님들 보다 훨씬 낫더군요.”하는 말을 하더군요. 저는 속으로 뜨끔 했습니다. 저야말로 20살에 신학대학에 들어가 직장생활이라고는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기에 세상물정도 모르는 철없는 목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6년 동안 목회만 하다가, 병원에 처음 취직되어 갔다가 한달만에 쫓겨난 것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게 잘못이 많았다는 깨달음이 생겨 났습니다. 저의 상급자에게 허락맡지도 않고, 하던 일을 마친답시고 잔업을 한 시간 더 하고, 잔업수당을 청구한 것만 해도 충분히 해고사유가 될 수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망직전에 있던 환자 가족들을 위로한답시고, 당직근무 시간에 그 가족들과 두세시간 같이 앉아 있던 것을 당직근무 시간 수당을 청구했었는데, 제 상급자 입장에서는 환자가족들과 한 시간만 같이 있어 주면 되지, 당직근무 수당 벌려고 두세시간을 같이 있었느냐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도 생겼습니다.

 

앞으로 3교대 근무로 일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첫번째 근무조는 아침 6:30부터 오후2:30분, 두번째 근무조는 오후 2:30분 부터 10:30분, 세번째 근무조는 밤 10:30분에서 새벽 6:30분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새벽기도도 안하고 게으름 부리며 살았는데, 이제 공장에  첫번째 근무조로 출근하기 위해서는 아침  4시40분에 일어나 샤워하고 아침먹고, 차를 한시간 운전해서 6:30분에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세교회를 맡아서 주일낮 아침에 세교회에 들러서 설교를 하고 오면 83마일이 걸렸습니다. 그러면, 교인들이 저에게, “세 교회에서 설교 하고 운전하느라 얼마나 바쁘느냐?”고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주일낮 아침만 좀 바쁘지, 주일 오후에는 낮잠자고 일주일 내내 빈둥빈둥 게으르게 지낸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하루에 출퇴근만 100마일을 하니, 일주일에 출퇴근하는데만 최소한 500마일 운전해야 하는데, 누구 하나 장거리 운전을 하느라 수고한다고 말해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교회 목사할 때는 교회 예배 인도하러 가거나, 심방 갈 때 차량 운행비로 돈을 주지만, 이제는 공장 출퇴근 하는데, 하루에 백마일을 달려도 모두 내 호주머니에서 기름값을 내어야 합니다.

 

한때, 교회에서 주는 봉급이 적다고, “I pretend to work and they pretend to pay me.” (나는 일하는 척하고, 교인들은 내게 봉급 주는 척한다)고 하면서 아내에게 툴툴 거린 적이 있는데, 이제 공장에서 뼈빠지게 일해도 교회에서 받는 봉급의 반도 안됩니다.

 

하늘에서 하느님이 나한테 그러시는 줄 모르겠습니다: “너, 교회 목사 봉급이 적다고 불평했냐? 맛 좀 봐라! 공장일은 목사 일보다 4배 힘들고, 봉급은 목사 봉급 반도 안 된다! 히히히, 꼴 좋다!”

 

앞으로 나는 공장에서 고생 좀 하고, 목회로 돌아가면, “아이고, 하느님 아부지, 감사합니다. 그래도 교회가 공장 보다 낫고, 교회 봉급이 공장 봉급 보다 나으며, 교인들이 사회사람에 비해 훨씬 낫습니다. 아멘, 할렐루야!” 할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