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세차게 온다.
가을비다.
바로 한 달 전에 제4회 아일랜드 나잇을 할 때는 더워서 드링크도 찬 물속에 넣고
냉면도 인기를 끌었었는데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채소밭과 꽃 밭은 황량해 가고 있지만 나무에 단단하게 매달려있는 사과와 배만
열심히 몸을 키우고 있다.
낮에 시간이 좀 나서 일찍 들어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며칠 그림을 못 그려서 좀이 쑤시고 밥 맛도 없었는데 그림을 그리게되니
기분이 좋아 저녁도 골고루 장만하여 잘 먹고 편안하다.
가끔씩 사람들이 내게 왜 해바라기 그림을 많이 그리느냐고 물어온다.
미국에 살때 마당 가득 해바라기를 심어왔고 그것들이 내 그림의 소재가
되어준 것이 게기가 됐다. 더우기 밴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들을 유독좋아해서
가끔씩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즐기고 있다.
장미가 아무리 예쁘다고 하지만 든든한 해바라기에 비할까?
장미는 귀엽고 아름다운 여인 같지만 변덕스럽고 까칠한 여인네 같다.
해바라기는 입 무거운 진국, 괴로움도 잘 참아내는 인내의 표정, 오래토록 피어있는
참을 성, 자유형, 지는 해바라기도 기막히게 멋진, 씨앗까지도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
낮선 동네를 돌다가도 해바라기를 발견하면 반드시 멈춰서 사진을 찍어온다.
실은 처음 이곳에 이사와서 우리집에 해바라기 밭을 만들어 보려고 생각했지만 씨앗도
비싸고 거름또한 무지하게 많이 퍼 부어야 하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노랑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주황 빨강 핏빛 등 색상도 다양하다.
온 마을을 뒤덮기도 하고 귀퉁이에 딱 한 그루 서 있어도 볼 만 하다.
오늘 그림은 뒷 산과 하늘 그리고 해바라기 군상들이다.
먼저 큰 해바라기들을 머리 올렸었는데 지우고 풍경으로 작품을 돌렸다.
어떻게 완성되어질련지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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