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지금은 할아버지) 나를 무척 좋아했다.
“영어 구문론을 좀 빌려줘”
자기 집에 그 것이 없을리 없건만은 이렇게 내게 그렇게 말 한 것은 순전히 말 붇이기 위함이었다.
때는 겨울이었고 우리는 밤 공기를 마시며 걷고 있었다.
몇 번인가 어설픈 데이트를 했던 것 같다.
“다음 주말에 등산 가는데 같이 갈래?”
“으으…으 글쎄?”
열 일곱, 아주 청초하고 수줍은 엘리샤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인다.
산을 잘 타던 그는 도봉산을 자주 오르내리며 등산 장비도 잘 구비 해 었었다.
나와 함께 가는 산 길에 자일을 타지는 않았지만 군인 항고에 밥을 짓는 솜씨는 대단했다.
넓다란 돌 산에서 밤을 지어 먹고 난 후 였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고 나는
처음 가본 높은 산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때 그는 기회를 잘 잡고 짧은 입 맞춤으로 내게
다가왔다.
“애그머니나”
깜짝 놀란 엘리샤, 그런데 왜 나는 그를 밀쳐내지 못하고 ‘아니요 아니요 기요기요’를 했는지…
아마도 이 세상 모든 연인들이 다 그런 경험들을 했을 것이다.
내 손을 살짝 잡으면서 “이 손으로 밥 잘 지을 수 있을까?”
“뭐야? 나중 일도 생각하는거야? 애그그 망칙해라.”
나는 일찍 결혼했고 그렇게 순진한 그에게 십 여년동안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다.
이렇게 밥도 잘 짓고 요리도 삼삼하게 잘 하는 지금인데 불행하게도 나는 그에게
단 한번도 내 요리 솜씨를 보여 줄 기회가 없었다.
십 오년 전에 밴쿠버로 그가 그의 아내와 함께 여행 왔을 때 우리는 함께 늙어가고
있음을 서로에게 보여주었다. 떨림은 없었지만 돌아가는 그의 뒷 모습에서 아직도
느껴오는 그 숨길 수 없는 감정은 잊을 수 없었다.
비록 평생의 반려자는 되지 못했지만 첫키스를 안겨다 준 그가 오래토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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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마당에 배 나무에 배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