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구?
왜 우리가 가여운데?
남자들 가운데 혹자는 이렇게 고함을 칠 것 이다.
내 얘기가 아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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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홀로가 아니었다.
어머니 곁에는 언제나 함께 사는 남자가 있었다. 어머니는 한 남자가 자신의 곁을 떠나면
또 다른 남자를, 그 남자가 자신의 곁을 떠나면 또 다른 남자를 쉴 새 없이 연애의 대상으로
삼아 사랑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사랑하는 남자는 언제나 가엾은 남자였다. 생활력이 무능하고
세상 살이에 서투른 남자들뿐이었다. 어머니는 그들에게 돈을 대주고, 술을 대주고, 몸을 대주고,
잠자리를 대주고, 그러다가는 그들이 떠나갔다.
남자들이 떠나가도 어머니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가엾다고만 생각하고 있어 그들이 자신의 곁에 있을 동안만이라도 충분히 쉬고, 위로받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길 없는 길 – 최인호 장편소설 1 – 거문고의 비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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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보던 이 소설을 마치지 못해 다시 보게됐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하는가? 자신을 포함하여 이 세상 남자들을 가여웁게 표현하고 있다.
술을 팔고 가야금을 뜯고 남도 창을 부르면서 한 평생을 보낸 엄마가
퇴기가 되어 가지고 있던 집을 팔아 남한산성 속의 작은 텃밭을 사고 그곳에서 생활하다
죽어갔다. 세상에 발설할 수 없는 커다른 비밀을 간직하면서 살아가야만 했던 엄마,
많은 남자품에 안겨 평생을 살아 가야만 했지만 그것을 비극으로 엮지않고 반전으로
풀어가는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한다.
우리는 늘 여자의 가여움만 생각해 왔을까?
울 엄마 시대의 여자들 – 남편한테 매 맞고 궁핍에 찌들면서도 아이만 주렁주렁 놓았던.
그래서 어느 곳에서나 여자들은 불쌍하게만 표현 되어 왔던 과거사.
“남자도 가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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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손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