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436 – 강도높게 바라기

2015.09.28 23:03:39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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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그림을 다 그리고 붓을 Thinner에 담궈 잘 씻고 다시 강한 비누로

붓에 남아있는 오일을 빼 내고 타올에 올려놓으면 나의 하루가 얼추 마감된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마음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인 것에 너무 감사하다.

그러니까 십 오 년전의 일이다.

미국에 살때 그림 그릴 방이 따로 없어 글랜데일에서 한 시간 넘게 가야하는 오랜지 카운티

화실에 매월 돈을내고 가서 그림을 그렸다. 거리가 멀기도 하지만 직장이 쉬는 날이 월요일 하루

뿐이어서 일주일에 한번 갔다.

어떤때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주일 예배를 마치고 정신없이 화실로 달려가서 서 너 시간 그리고

다시 집으로와서 잠을 자고 월요일 새벽에 다시 화실로 가곤했었다. 어느 날은 오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주일 밤에 집으로 가지 않고 화실에서 잠을 잔 적이있다.

갤러리 주인은 내가 하도 그림그리기에 열성을 다 하니까 열쇠를 하나 카피해 주면서

언제든지 와서 사용하라고 했다. 언제나 내가 제일 늦게 가니까 주인이 기다릴 수 없어

그렇게 했다. 그 날 밤도 그림 그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다 집으로 돌아가고 나 혼자 남아있었다.

때는 여름이었는데 물론 방은 없었고 다락같은 곳이 있었는데 여러가지 화구들을 쟁겨놓는

곳 이었다. 낮에 그곳에서 자려고 찜 해 두었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 간 후 문을 잠그고 다락으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지금은 냄새가 안나는 Thinner가 있지만 그때는 없었다. 화실 주인도 가난했기 때문에 붓 닦는

고급용해제를 살 형편이 못되었기 때문에 가장 싼 Thinner를 각각 앞에 한 통씩

놓아주었었다. 문제는 문을 다 잠그고 잠을 자려는데 기름통에서 나오는 독한 냄새 때문에

코를 내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문을 열어 놓고 잘 수는 없는 일.

엘에이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집으로 오가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나름 머리를 썼었는데 그날 밤 한 숨도 못자고

끙끙~~ 죽을 맛을 보고 다시는 화실에서 잠 자려는 생각을 버렸었다.

화실 주인은 한국에서 미대를 졸업한 젊은이었는데 가끔씩 “엘리샤씨가 유명해지면 나를 기억해

주셔야 합니다.”라며 나의 열정에 감탄한다면서 언제나 나를 응원해 주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앞으로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누가 이끌어 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림을 그릴 넉넉한 돈도 없었고

무엇 보다고 시간도 그리 허락하지 않았지만

‘오직 나는 그림을 그리다 가리라’는 신념을 저버린 적이 없다.

누구든지 자기가 바라는 것을 강도높게 바라면서 그 일을 꾸준히 걸어가다보면 어디서가

작은 불빛이 비춰지고 그 불빛이 점차 더 밝게 내게로 오는 것을 체험한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내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렇다.

“내가 당신같은 나이가 되어서 당신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강도높은 이상을 하나 만들어놓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다보면 반드시 내 나이가되면 그 꿈이 이루어 지리라 본다.

나도 나이 오십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니까 아무도 자신이 너무 늦었다고 말 하지는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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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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