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5월에 이 가족을 우리집에 초대한 적이 있다.
이 댁 주부가 3주 전에 오늘 터키 먹으러 오라고 정식 초대를 받아서 다녀왔다.
“내가 무엇을 한 접시 만들어 갈까요?” 물었더니 반가워하면서 잡채를 부탁한다.
어제 생각으로는 시간이 넉넉하리라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 일 나가서 조금 있는데
인스팩터가 오후에 온다고 문자가 들어온다. 옛날 인스팩터들은 절대로 이런
멧시지 없이 그냥 가방을 들고 들어오지만 금년 초에 바뀐 여자 인스팩터는 인격적이다.
우리를 놀래게 하지않고 최소한의 시간을 알려준다.
그래도 그렇지 오늘이 주일이고 특히 연휴인데 웬 인스팩터?
투덜투덜 해 보지만 어쩌랴.
“아이구머니…”
교회 못가는 것은 물론이고 작은 가게에서 무려 세 시간동안 걸려 끝내고 큰 가게 내가 일 하는
곳으로 세 시쯤에 들어온다. 나는 다섯시 조금 넘어서 집을 나서야 하는데 언제 집에가서
잡채를 만들꼬?
큰 것들 조사 (온도와 날짜등)가 끝내는데 마침 사장님이 들어오신다.
여차조차 내 급한 사정을 말하고 나는 불야 집으로 달려왔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딱 55분.
인원이 30여명이라니 잡채도 좀 넉넉히 해야되지 않을까? 우선 잡채를 뜨거운 물에 불리기
시작하면서 야채들을 볶는다. 실은 시금치를 마련하지 못해 사와야 했지만 지금 그럴 사정이
못된다. 이젠 냉장고 안에 있는 것들로 만들어내야 한다.
어디보자. 어제 장을 보아놓았던 것들을 살펴본다.
콩나물 한 자루가 눈에 띈다. 옳치 이것도 좋구먼.
녹색 잎 가이란이 한 묶음 들어있다.
Yellow Pepper / Red Onion / 마늘 / 생강 /
어서어서 볶아져라. 후라이팬 두 개를 놓고 불려진 당면을 기름에 볶으면서 간을 한다.
지그락 자그락 복닥복닥 부엌이 온통 양념통과 그릇들로 붐빈다.
아서라~ 빨리 나가야 한다.
옷도 대강 줏어입고 달려간다.
아름다운 저택, 곳곳마다 있어야 할 것들이 걸려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은 늙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음식또한 어찌나 훌륭하게 장만했는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정경이다.
와인과 각종음료 / 여러가지 디저트 / 풍성한 과일 등등이 집안 가득 놓여있다.
이 모든 것 위에 이 가정의 주부얘기가 더 아름답다.
나이 많은 분을 지극히 모시고 밤에도 한 두 번씩 일어나서 땀 흘리는 어른의 옷을 새것으로 바꿔
입혀 드리고 잠을 다시 청한다고 한다. 아침 저녁을 정갈하게 해 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외롭지 않게 늘 함께 있어 드리는 그 정성이 눈물겹다.
누가 이 세상이 막되먹었다고 했는가?
누가 요즈음 사람들이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다고 했는가?
오늘 밤 이 댁에서 보여진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행복 자루’ 하나 가지고 돌아왔다.
어찌 ‘행복 자루’가 내게만 주어졌을까?
오늘 이 댁을 방문했던 그 많은 분들이 다 그렇게들 어깨에 메고 지고 가지 않았을까?
나도 가끔씩 이렇게 멋진 초대를 받는다. 정말 감사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