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장에 제 차를 같이 타고 가던 Tom에게 소시지 공장에 일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Tom은 간병인 일을 했다고 하더군요. 키가 2미터에 가까운 덩치 큰 사람이 간병인으로 어울릴 것 같지는 않았지만, Tom은 , “간병인 구함, 무경험자도 환영”이라는 신문광고를 보고 지원했더니, 금새 취업이 되더라고 하더군요.
Tom 은 정신신체장애가 있는 43세의 남자의 시중을 들어 주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방바닥을 쓸고 닦는 일, 샤워할 때 넘어질 사태를 대비하여 옆에 있어 주는 일, 운전을 하여 그 환자가 가고 싶어 하는 곳에 데려다 주는 일, 그 환자가 사는 집에서 같이 있어 주는 것이 일이었다고 합니다. 시간당 10불로 보수는 많지 않았지만, 일은 쉬운 편이었다고 하더군요.
어쩌다가 그 일을 그만 두었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해고를 당했는데 해고 당한 이유가 너무 사소하여 Tom은 아 직도 속 상하다고 하더군요. 해고 당한 첫째 이유는 환자를 모시고 다니는 밴에서 햄버거를 먹은 것이 규정위반이었고, 또 한번은 에어컨이 없는 밴이 너무 더워, F로 시작하는 쌍욕 ( F..ing hot!)을 한 것이 사무실에 보고가 들어가 해고당한 것이랍니다.
환자를 모시고 다니는 밴에서는 간병인이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내규지침이 있었는데, Tom은 햄버거와 음료수를 사 와서 밴에서 먹으면서, 자기가 보살피는 환자에게, “내가 차안에서 햄버거를 먹었다는 말을 보고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환자가 보고를 해 버리는 바람에 해고의 사유가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Tom은 다른 간병인들도 차안에서 군것질을 한 적이 있는데, 자기만 문제 삼는 것이 억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환자를 수송하는 차안에서 간병인은 음식과 음료수를 먹지 말라”는 규정을 지켰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우리 한국사람들에게는, 미국사람들이 감정을 섞어서 F 어쩌구 하는 것이 박력있고 유창한 영어같아 부러워 보이기 까지 합니다만, 미국의 현실은 그런 쌍욕을 하는 것이 해고의 사유가 될 만큼 심각한 말실수라는 것입니다. 같이 일하는 흑인 젊은이들 중에는, 똥을 가리키는 S로 시작하는 단어를 아주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더군요. 구어체 표현이긴 하나, 젊쟎지 못한 표현이라 공식 자리에서 이런 말을 썼다간, 직장에서 해고당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제 공장에서 일한지 두달째 접어 드는데, 그동안 얼굴은 알면서도 말을 한 마디도 나누어 보지 못한 동료도 있습니다. 한 백인 남자는 흰수염이 많이 나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이라 일부러 말을 걸기가 어색했는데, 오늘은 바로 제 옆에서 일을 하게 되었더군요.
제가 이름을 물으니 Pat 이라고 하는데, 저보고, “결혼은 했느냐?”고 물어 보더군요. 그래서 “결혼했다”고 하니, 콘베이어 벨트 반대쪽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을 가리키며, “쟤 이름이 Cody이고 올해 28살인데 결혼을 벌써 두번하고 이혼한 후 최근에 다른 여자랑 또 동거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Pat 은 Cody와 친한지 농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Pat이 Cody에게, “너, 이번에 동거하는 여자랑은 길어야 4개월이다. 너는 28살인데 벌써 결혼을 두번하고 이혼해서 얘들이 넷이 있고, 같이 동거하는 네 여자친구 Amanda는 27살인데 두 남자에게서 얘들 셋을 낳고 이혼했으니, 너희들이 지금 철없는 사랑(Puppy Love)를 해도 4개월 밖에 못 갈거다. 내 말 잘 들어라.”하며 농담조로 놀려 댔습니다.
그러면, Cody는 웃으면서, “Amanda 는 믿을만한 여자야.”하며 받아 치더군요. 같이 일하는 Amanda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Amanda는 한달전에 제가 처음 왔을 때, “나는 전남편에게서 아들 둘을 낳은 후 이혼하고 지금 동거하고 있는 남자친구에게서 셋째 아들을 낳아서 키우고 있다. 지금 동거하는 남자친구는 게을러서 일하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공장에 나와서 일하고 동거남은 집에서 애를 본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그새 그 동거남을 차버리고,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이혼남 Cody와 눈이 맞아 동거에 들어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Pat에게, “니 말도 일리가 있다. 이혼을 두번씩 한 Cody와 Amanda가 공장에서 버는 적은 수입으로 일곱아이들을 함께 키우려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Amanda 랑 함께 아들도 낳은 이전의 동거남이 가만히 있겠냐? 해꼬지라도 하면 큰 일이다.”하며 노파심을 표했지만, Cody와 Amanda는 사랑에 눈이 멀어 늘 웃는 모습입니다.
Pat은, “Cody 는 내게 아들같은 사람이다. Cody의 친 아버지는 차고에서 차의 시동을 켜 놓은 채 일산화탄소 배기가스를 마시고 자살한 것을 Cody가 발견했다고 하더라. Cody의 어머니는 지금 다른 남자랑 살고 있는데, Cody가 Amanda와 동거에 들어 간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나보고 Cody가 정신 차리게 잔소리 좀 해 주라고 하더라”하더군요.
그래도 싱글벙글 웃고 있는 Cody에게 Pat은, “Cody야, 정신 차려라. 내가 장담한다. 너랑 Amanda는 4개월밖에 못 간다. 내가 니 아버지 같으니 하는 소리다”하며 지꿎은 농담을 게속 하더군요.
저는 Pat에게, “너는 결혼했냐?”하고 물었더니, “22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이혼하고 혼자 산지 6년째다. 앞으로 결혼 안 할거다. 지금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연로하신 아버지를 모시며 같이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그래도 같이 사는 여자가 있으면 좋지 않냐? 연세가 얼마나 되시길래 앞으로 혼자 살겠다고 하느냐? 제 나이 또래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저보다 나이가 한 십년은 더 들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Cody는 “53살이다. 1962년에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저는 “나보다 한 살 어린 사람이 배가 태산같이 불러 있고, 흰수염이 삐쭉삐쭉 나오고 뒷머리가 많이 빠진 노인같아 보이다니.”하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Pat은, “나 아직 괞챦게 생긴걸로 아는데. 내가 몇살로 보이느냐?”하면서 저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바른데로 말을 하면 Pat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자살할까봐, “나도 나이들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하며 얼버 무렸습니다.
제가 운전을 하고 가던 중에 제 앞차의 범퍼 스틱커에 이런 글이 적혀 있더군요: “Just Visiting This Planet”. “이 지구에 잠시 여행온 사람”이라는 뜻이겠지요?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잠시 여행온 사람들 입니다.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 소풍 마치는 날, 나 하늘로 돌아 가리가. 가서 아름다왔노라고 말하리라.”는 시를 남기고 하늘로 돌아 갔지요.
이 세상에서 소풍 마치고 가는 그 날까지 재미있는 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