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었다.
아침에 부엌 정리를하고 있는데 문자가 들어온다.
“엘리샤씨 친구 생일인데 그림 하나 선물 하고 싶어요.
우리 영감하고 가는데 내가 그냥 ‘엘리샤씨가 차 한잔 하러 오라고 해서 가자고
했어요.’ 우리 영감은 내가 또 그림 사는 것 모르니까 그리 아세요.”
시간을 정하고 그분들이 오시기 기다리고 있었다.
.
친구 생일 선물이라니까 작은 사이즈가 좋을 듯 해서
인물 좋은 것들을 현과 입구와 부엌에 잘 걸어놓았다.
약속 시간이 되어 닭살 부부가 들어온다. 남편은 나이가 있는 분인데
아내가 영감님 슬리퍼까지 지참해와서 신켜준다. 향기좋은 커피를 마시며
전시회 얘기도하고 자기들이 사 간 그림들이 자기들집에 썩 잘 어울린다는
얘기로 꽃을 피웠다. 남편이 이곳 저곳 그림들을 구경하는 사이에 여우같은
아내가 그림을 고른다.
Miss Victoria 뽑듯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면서 살핀다.
“아, 여기 이거 정말 맘에 들어요.” 한 참을 돌아다니더니 그림 하나를 낙점한다.
“애구구… 그것은 오더 들어온 것 인데 말리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것으로
골르시면 안된까요?” 그 분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며
“그러면 나도 이런 것으로 하나 그려 주세요.”
“언제 필요하시지요?”
“일요일 1시 까지요.”
“그것은 불가능해요. 그림이 마르지 않아요. 적어도 두 주는 주셔야 합니다.”
“친구 생일이 이번 주 일요일이예요.”
아니 어떻게 그림이 그렇게 뚝딱 나오는가요?
내가 요술 방맹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어찌어찌 해보라면서
남편을 앞 세우고 종종 걸음으로 현관문을 나간다.
일단 그림을 그려놓기는 했지만 어찌 48시간 안에 그림을 말릴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나를위해 캘리포니아 같은 땡볕을 보내 주실리는 만무하다.
더우기 오늘 밤은 주루룩 주루룩 빗 소리마져 요란하다.
난 몰라.
일단 잠 자고 볼 일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년 전에 그렸던 우리집 마당의 사과 그림입니다.
조금 더 밝은 색을 올렸습니다. 폭이 좁고 길이가 아주 긴 캔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