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467 – 햇볕을 애타게 기다린다

2015.10.30 23:42:23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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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이었다.

아침에 부엌 정리를하고 있는데 문자가 들어온다.

“엘리샤씨 친구 생일인데 그림 하나 선물 하고 싶어요.

우리 영감하고 가는데 내가 그냥 ‘엘리샤씨가 차 한잔 하러 오라고 해서 가자고

했어요.’ 우리 영감은 내가 또 그림 사는 것 모르니까 그리 아세요.”

시간을 정하고 그분들이 오시기 기다리고 있었다.

.
친구 생일 선물이라니까 작은 사이즈가 좋을 듯 해서

인물 좋은 것들을 현과 입구와 부엌에 잘 걸어놓았다.

약속 시간이 되어 닭살 부부가 들어온다. 남편은 나이가 있는 분인데

아내가 영감님 슬리퍼까지 지참해와서 신켜준다. 향기좋은 커피를 마시며

전시회 얘기도하고 자기들이 사 간 그림들이 자기들집에 썩 잘 어울린다는

얘기로 꽃을 피웠다.  남편이 이곳 저곳 그림들을 구경하는 사이에 여우같은

아내가 그림을 고른다.

Miss Victoria 뽑듯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면서 살핀다.

“아, 여기 이거 정말 맘에 들어요.” 한 참을 돌아다니더니 그림 하나를 낙점한다.

“애구구… 그것은 오더 들어온 것 인데 말리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것으로

골르시면 안된까요?” 그 분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며

“그러면 나도 이런 것으로 하나 그려 주세요.”

“언제 필요하시지요?”

“일요일 1시 까지요.”

“그것은 불가능해요. 그림이 마르지 않아요. 적어도 두 주는 주셔야 합니다.”

“친구 생일이 이번 주 일요일이예요.”

아니 어떻게 그림이 그렇게 뚝딱 나오는가요?

내가 요술 방맹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어찌어찌 해보라면서

남편을 앞 세우고 종종 걸음으로 현관문을 나간다.

일단 그림을 그려놓기는 했지만 어찌 48시간 안에 그림을 말릴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나를위해 캘리포니아 같은 땡볕을 보내 주실리는 만무하다.

더우기 오늘 밤은 주루룩 주루룩 빗 소리마져 요란하다.

난 몰라.

일단 잠 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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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년 전에 그렸던 우리집 마당의 사과 그림입니다.

조금 더 밝은 색을 올렸습니다. 폭이 좁고 길이가 아주 긴 캔버스입니다.

Oct 30 Apple 2013 B.jpg

Oct 30 Apple 2013 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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