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1 23:26:39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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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기 3 (한상영) –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http://woori.site/syhan/137584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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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8월6일 새벽 5시에 생을 마감한 고 천경자씨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무얼 한 가지 옹골지게 하는 여자라면 팔자가 세다고 하는데 그게 뭐가 나빠요.
재능도 없으면서 젠체하는 사람이 꼴불견이지.”
소설가 박경리는 오랜 지기인 천 화백에 대해
‘용기 있는 자유주의자/
정직한 생애/
그러나/
그는 좀 고약한 예술가다’라고 시를 썼다.
남다른 삶의 무게와 여자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이자 문화계의 슈퍼스타.
화려했으나 고독했던 그 여정은 한국미술사에서 ‘슬픈 전설의 91페이지’로 남게 됐다.
그 치열했던 예술혼을 기리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설
[동아일보]
-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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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경자의 그림보다 글을 먼저 보았다. 청년 시절 우리 집 곳간에 수십 권 쌓여 있던 잡지 문학사상에서
천경자의 수필을 처음 만났다.
천경자의 수필은 그림 같았다. 인생의 아름다움과 슬픔, 외로움을 자신의 그 짙은 채색화처럼 ‘그려놓은’ 글에 빠져들었다.
천경자가 사랑의 새로운 깨우침을 이야기한 수필 ‘미(眉)’는 아직도 기억이 새롭다.
천경자의 수필 ‘미(眉)’는 자신의 눈썹 이야기다. 눈썹에 열등감을 느낀 그녀는 오랜 동안 남편에게 자신의 눈썹 보이기를 피했다.
“서로 만나고도 10여 년. 사이에 두 아이까지 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세수를 하고 난 얼굴을 남편에게다 보인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버젓이 눈썹을 그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싫었다.”
어느 날 남편과 함께 바깥에 다녀온 그녀는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겠다는 남편에게 얼굴을 맡기며 본래의 눈썹을
들킬까 걱정했다. 그런데 남편은 얼굴을 다 닦아주면서 눈썹만 빼놓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먼지가 덜 닦인 부분의 먼지를 두어 번 씻은 후 눈썹이 있는 자욱에 가서는 엄지손가락 위에다 수건을 걸치고
마치 화공(畫工)이 그림을 그릴 때처럼 크레이언만 제끼고 교묘하게 그 부근을 닦아 주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사랑의 척도니 뭐니 하는 것이란 이만저만 어리석은 자학심(自虐心)이 아닌 것을 느꼈고 그 다음 순간 그 자학심(自虐心)이
스륵스륵 무너져 가는 것도 느꼈으며 가슴 깊이 눈물조차 고이는 것도 느낄 수가 있었다.
……………………. 그때 나는 눈물을 억제하고 타월을 다시 받아 내 손으로 남편 앞에서 눈썹에 그린 크레이언을 용감히도
싹싹 문질러 버렸다.” – 시인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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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그리던 큰 그림의 아랫 부분을 조금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