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478 – 우등생과 무수리

2015.11.12 23:29:42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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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에 뽑은 직원중에 빅토리아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있다.

학교 시간을  피해 파트 타임으로 일 하고 있다. 이 대 학생이 오늘 일 하는 날인데 자기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왔다. 내가 너 아직 시간 안 되었는데 왜 이렇게 일찍 왔냐고 물으니

다시가서 스케줄을 본다. 집으로 돌아가서 있다 오기에는 자동차가 없고 우두커니

샵에서 앉아 있으려니 서로 힘들다. 하는 수 없이 사장님께 얘기하고 두 시간 일찍

일 하게 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라 손님이 별로 없는데 회사로서는 손해 보는 일이다.

이 대 학생의 이력서를 보면 고등학교를 우등으로 졸업 했다고 적혀있다.

사장님이 내게 장학생으로 졸업했는데 일 잘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 학생을 뽑게됐다.

이쯤의 시간이 흐르면 일이 손에 딱 붇고 샵 돌아가는 일에 머리가 척척 돌아가야하는데

어쩐 일인지 이 학생은 우리를 실망케 한다. 예를 들어보자. 손님이 없을때는

야채와 고기 통이 내려가 있으면 얼른 쿨러에서 가져다 새로운 용기에 채워 놓아야 하는데

이 친구는 맹돌이다. 누가 옆에서 시키면 꼬박꼬박 잘 하는데 스스로 알아서 일 거리를 찾지는

못 한다. 

지난 주는 바닥 청소를 했다고 했는데 내가 다시 빗자루를 들고 물걸레질을 해야 할 판이었다.

청소부터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니 한심하다. 내가 이 학생 때문에 내 쉬어야 할 시간에도

오늘처럼 나가 다시 보아주어야 하니 이 학생의 우리 직장 생명이 그리 오래 가지 못 할 것 같다.

이 학생은 무수리과가 아닌 집에서 전혀 일 해보지 않고 곱게 자란 사람이다.

공부 머리가 있다고 모든 일을 다 잘 할 수는 없다. 공부만 잘 하고 이 학생 처럼 눈치없고 다른것에

아둔 한 사람을 Nerd(바보 / 멍청이) 혹은 Square(박스처럼 꽉 막혔다)라고 하는데

학생들 간에는 전혀 인기가 없다. 직원들을 써 보면 이것이 좋으면 저것이 부족하고 다 들

헛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웬만큼 다 따라가게 돼있다. 이 학생처럼

발전 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 직원도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저녁에 사장님께 전화 한 통 드리면서 말했다.

“사장님 우리는 무수리과를 택하셔야 합니다. 우등생은 아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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