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482 – 문 두드리는 자

2015.11.16 22:45:38 (*.69.35.119)
367

새우 아줌마 블리다 전화 번호가 뜬다.

오전 열 시 경이었다. 일 하는 도중이었지만 전화를 받았다.

주말에 팔 던 새우가 남아있는데 사가겠냐고 물어왔다. 내가 오후 네 시까지 일 해야

하는데 어쩌나고 말했더니 자기가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고 한다.

네 시에 오는 직원과 교대하고 급히 프리웨이를 달려 코이찬 베이까지 갔다.

날씨는 비와 안개가 섞여 무척 아름답다. 카메라가 좋으면 잠시 자동차를 멈추고

사진을 여러장 찍고 싶은 마음이다. 수수한 한폭의 동양화 처럼 높은 나뭇가지 사이로

숨어 얼굴을 조금씩 보이고 있는 회색 구름들이 장난 스럽다.

전화로 물어보니 내가 필요한 굵은 것은 아주 조금있고 잔 것 들이 많이 남았단다.

이것들은 손질 하려면 손이 많이 가기때문에 시간을 다투고 살아가는 좀 망설여 진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사이 블린다의 새우잡이 배까지 단숨에 도착했다.

내가 사려던 새우의 양은 이미 비닐에 다 묶여있고 나머지 새우들은 쿨러에 남아있다.

그것들을 보는 순간 저것들을 남겨 놓으면 블린다가 이번 주말까지 보관하려고

애쓸 것이 분명하다. 

“남은 것 까지 다 담아줘요.”

“정말요?”

블린다가 눈을 크게 뜨면 나를 쳐다본다. 내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니

남편 죠지를 불러 저울을 가져 오라고 한다. 내가 

“저울은 무슨 저울? 걍 내가 알아서 돈 줄테니 다 담아요.”

이것은 완전 한국 식이다. 내가 100불 한 장을 손에 쥐어주니 “애구머니…” 한다.

“블린다, 오늘 내가 온 것은 당신을 도우러 왔어요. 편하게 받아요. 그리고 이것은

집으로 올라가면서 햄버거리도 사 먹구요. 하면서 20불짜리 한장도 더 얹어 주었다.”

비가 오고 추운데 남은새우 좀 더 팔아보려고 내가 올때까지 배 안에서 남편과 기다리던 블린다다.

남편은 열 여섯 부터 새우잡이 하면서 살아왔고 지금 팔순이다. 몸도 아프고 지쳐있는 남편을

그래도 알뜰히 보살피는 블린다. 나는 가끔씩 이런 착한 블린다 얘기를 쓰고 있다.

집에와서 새우를 씻고 잔 것은 새우젓을 담아놓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중간 것은

씻어 냉장고에 넣어 놓고 시간 나는대로 알맹이를 깔 것이다. 

요즈음 벽난로에 장작을 매일 때면서 거실이 화기로 가득하다. 그림을 그릴때나 글을 쓸 때마다

이 처럼 좋은 환경에 이르도록 나를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엄마도 시장에서 장사할 때  추위에 덜덜 떨고 고생하면서 푼돈 벌어 우리를

먹여 살리셨다. 누군가가 마지막 떨이를 해 줄때 그렇게 고마워하던 엄마의 얼굴이

오늘 블린다의 얼굴과 흡사하다. 조금씩 나누면서 살아가면 동네가 따뜻해 진다.

새우가 100불어치에 못 미친들 무슨 대술까?

문 두드리는 자에게 내가 문을 조금 열어 준 날이다.

내가 문 두드릴때 그 누군가도 내게 그렇게 해 준 것 처럼.

행복한 밤. 살아있는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코이챤 베이 여름 풍경

Nov 16.jpg

Nov 16 Shrimp.jpg

Nov 16  작은 새우.jpg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