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484 – 인생은 트릭이 필요해

2015.11.18 22:49:35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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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건에 대해 거짓말을 못해서 정직하게 말하기만 하면 좋을까?

그렇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리발도 내 밀어야하고 또 트릭을 부려서라도 그 험한

시험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 전 얘기를 해 보자.

비행기 조종사였던 옛 남편이 총각시절 나를 대구에서 서울까지 비행기를

태워 주었다. 물론 군용기 C-46이다. 그 시절 비행기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 타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군용기라도 하늘위에 한번 올라 가 본다는 것에 나는 너무나 흥

분돼 있었다. 일반 사람은 탈 수 없는 군용비행기에 일반인이 탄 다는 것이 물론 불법이다.

아이들 아빠는 다른 사람 신분증을 빌려서 내게 건네 주었다. 노란 후레아 소매없는

원 피스를 입고 긴 머리를 나풀 거리며 마치 공주처럼 (내 생각 후 후 훗…) 예쁜 모습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서울로 직접 가지 않고 광주에 들렸다. 광주에서 필요한 짐들을 싣는 것 같았다.

나는 비행기 안에 앉아 있었는데 상관이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는지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내려 오라고 호통한다. 그때부터 나는 눈 앞이 깜깜해 지기 시작했다.

“아이쿠 이걸 어쩌나, 딱 걸렸어.” 내 가슴은 둥둥둥 북을 치고 있었지만 침착을 잃지

않으려고 애 썼다.  비행기에 함께 탓던 사람들이 다 내려 줄을 서는데 나는  어떻게

이 위기를 피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위해 줄 맨 마지막으로 가서 섰다.

인상 험한 상관이 한 사람 한 사람 신분증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남의

신분증은 나이도 어림없이 많고 얼굴도 영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커 질 것이 분명하다.

나야 기차 타고 서울로 가면 되지만 신분증 빌려준 문관과 아이들 아빠의 밥통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이 몇 분 사이에 오간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상관은 엄한 소리로 “아가씨, 신분증 봅시다.”라며 말한다.

내가 “아, 신분증을 보시는 군요. 나는 비행기 안에 두고 내렸는데 지금 올라가서

핸드백을 가져 내려오겠습니다.” 하면서 공손이 미소를 짓고 머리를 숙였다.

나는 될 수 있는 한 천천히 비행기 안으로 올라갔다. 내려 갈 수 없는 입장의

내 입장을 상상해 보라. “애구머니 공짜 비행기 한 번 타 보려다 남의 사람

신세 다 망치는 것 아닌가? 내가 부탁 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그런일이 일어 난다면

어쩌나?” 등등 고민에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밖앝 동향을 살피고 있는 엘리샤.

그 상관이 나만 기다리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한 여름 이었는데도 덜덜덜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내 몸.

한 참 후에 파이럿이 앤진을 걸고 비행기 문이 닫힌다. 서울로서울로 향해 내가

탄 군용 비행기는 하늘 높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비행기 첫 번으로 탄 나를 부러워하는 가족들이 둘러않아서

하늘위에서의 기분을 말해 보라고들 하는 성화에 내 대답은 이랬다.

“걍 무서웠어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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