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뱉은 말이 씨가 되어서 그 말대로 인생이 이루어 지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 신문에 보니까 이런 일이 있었더군요. 아버지는 사고를 쳐서 감옥에 가 있고, 늙으신
어머니랑 30대의 아들이 집에서 같이 술을 먹다가 어머니가 아들에게 “너도 하는 꼴을 보니 꼭 너희 아버지처럼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화를 내며 어머니의 가슴팍을 발로 찼는데,
어머니가 죽었고 아들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좋은 말도 많은데 하필이면 어머니가 아들에게, “너도 네 아비처럼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될 것이라”는
악담을 하는 바람에 아들에게 맞아 죽었고, 아들은 어머니의 악담에 말려들어 어머니를 죽이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최근에 미국의 여성 이종격투기 참피언인 Ronda Rousey가 도전자인 Holly Holm과의 시합을 앞 두고 텔레비젼 토크 쇼에
나와서 한 말이, “Holly는 치고 빠지는 작전을 필 것이고 내가 잡으러 다니다가 실수를 하는 찰나에 발로 내 머리를 찰려고
할 것인데”라고 말했는데, 공교롭게도 실제 경기에서 Ronda가 방송에서 한 말이 그대로 현실에서 일어 났던 것입니다.
목사의 딸인 도전자 Holly는 치고 빠지며 참피언인 Ronda를 괴롭히다가 나중에 Ronda가 얼굴을 돌리며 도망가려는 순간
벼락같은 하이킥을 참피언의 턱에 명중시켜 KO 승을 거두며 새로운 참피언에 등극한 것입니다.
저도 교회 목사로 일할 때 설교준비에 부담을 느껴 아내에게, “자동차 정비공이 부럽다. 정비공은 공장에서 일을 끝내면,
집에 와서 샤워하고 쉴 수 있지만, 목사의 설교 준비는 끝이 없으니 늘 부담스럽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이 씨가
되었던지, 자동차 정비공은 못 되었지만, 치즈 공장 직원으로 취직하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목사라는 직업과 공장 직원이라는 직업을 비교해 보면 서로 장단점이 있겠지만, 치즈 공장에 다니는 것에는 여러가지의 좋은
점이 있다고 봅니다. 우선, 육체노동이라 운동이 제법 됩니다. 또 설교의 부담이 없어 좋습니다.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쉬는 시간이라 참 좋습니다. 공장에서는 봉급에서 세금이 제하고 나오니, 목사할 때 처럼 봉급에서 다시 세금을 떼서
내어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 좋습니다.
공장의 봉급은 좀 적지만, 제 생활비로는 충분하고, 단순노동이니 내 영어로도 충분하고, 교인들 비위 맞추려고 기생처럼 비실비실
웃지 않아도 되고, 내가 노력해서 경제자립하고 집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와 취미생활을 마음껏 할 수 있으니 마음이 편합니다.
공장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이 일이 처음에는 힘이 좀 듭니다. 8시간을 콘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일을 하니 다리와 허리에
부담이 갈 수도 있습니다. 어제는 Cory 라는 젊은이가 허리가 아파서 일을 못하겠다며 조퇴를 하고 집에 갔다고 합니다.
이제 겨우 2주째 작업훈련을 받는 Cory 가 조퇴를 하면 앞으로 정식사원으로 진급하기가 힘들게 됩니다. 이 말을 들은 Louise
할머니는, “나는 허리 수술도 받았고 요즘도 허리가 아프면 진통제를 먹어 가면서 일을 하는데, 멀쩡한 젊은이가 허리 아프다고
집에 가다니, 정신상태가 나약해서 큰 일이다.”고 했습니다.
옆에 있던 한 아주머니는, “Cory 는 나이가 30이 넘어도 아직도 자립을 못해 어머니 집에 얹혀 사는데, 방세 내지 않고 공짜로
밥을 얻어 먹으니, 일이 힘들다고 쉽게 포기하는 모양”이라고 하더군요.
Louise 할머니는, “나는 내 아이들을 키울 때 자기 일은 책임지고 하라고 가르쳤고, 그래서 지금 우리 아이들은 다 자기 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다 정신상태에 달린 일이다. 내가 여기서 초보자들 일을 가르쳐 보면, 누가 중간에 탈락할 지 딱 보면 안다.
말하는 태도나 걸음걸이, 얼굴표정을 보면 누가 중간에 포기하고 집에 갈 것인지 척 보면 삼척이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불평불만이 많거나, 휴식시간을 자주 요청하거나, 부모님에 의지해서 사는 게으른 사람들, 일에 대한 의욕과 책임감이 없는
사람등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둔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말을 듣다가 명문대학 프린스턴을 졸업한 젊은이가 백만장자인 아버지가 아파트 방세와 용돈을 대어 주다가 아버지가 갑자기
“너도 이제 일을 해서 네 아파트 방세를 내고, 용돈을 벌어서 쓰라”며 당분간 용돈을 깎겠다고 하자 아버지를 총으로 쏘아 죽인 일이 생각났습니다.
개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과정을 지켜 보면, 새끼들이 어릴 적에는 엄마가 젖도 먹이고 얼굴을 핥아서 세수도 시켜 주지만,
어느 정도 커서 스스로 밥을 먹을 정도가 되면 덩치 큰 새끼가 엄마 젖을 먹을려고 다가 오면, 엄마가 으르릉 거리며 쫓아 버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토록 키워 주었으니, 이제 네 밥벌이를 스스로 하라. 자립적인 생활을 하라”며 냉정한 현실에 대비시켜 주는 어머니의 훈육적인
사랑 (Tough Love)인 것입니다. 한국만 그런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도 어머니들이 자식들 뒷바라지를 다 해 주는 바람에, 자립할 나이가
된 젊은이가 현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의 낙오자로 도태되는 일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어느 인자한 스님이 절간에 나타난 사슴에게 돌맹이를 던져 쫓아 버리자 제자들이 물었다고 합니다: “인자하신 스님이 어떻게
사슴에게 돌을 던져서 쫓아 내셨습니까?” 그러자 스승 스님이 말하길, “사슴이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다가 오면, 언젠가 사냥군에게
걸려 죽는다. 내가 돌을 던진 것은 사슴을 해치려 한 것이 아니고, 사슴이 사람 무서운 것을 배워서 앞으로 사람에게 잡혀 죽지 않도록
교육 실습을 시킨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자식들을 진정 사랑한다면, 자식들이 험한 세상에 나가 스스로의 힘으로 밥벌이를 할 줄 아는 자립심을 길러 주어야지,
오냐 오냐 하며 다 큰 자식들의 차도 사 주고, 차의 기름값도 대어 주고, 똥까지 닦아 주면 자식을 병신으로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의에 빠져 있는 아들에게, “밥벌이도 못하냐? 나가 죽으라”하며 저주를 하다가 젊은 아들의
혈기를 자극하여 맞아 죽으라는 말은 아니고, 성경 말씀 처럼, “진실을 말하되 사랑으로”(Speak the truth in love) 말해야 할
것이고, 말보다는 몸소 실천하는 삶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이 자립심과 책임감을 배우도록 선도하면 더 좋을 것입니다.
Louise 할머니는 “우리 시어머니가 어느날 화를 내며 우리 남편에게, “내가 너를 낳고 싶어서 낳은 줄 아느냐? 농사일에 일손이
부족해서 낳았지”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나도 화가 나서, “그런 말 하려고 우리 집에 왔느냐? 나가라!”고 소리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백인 할머니 Bonnie 가 웃으며, “우리 부모님도 그랬다. 자식을 열두명이나 낳았는데, 다 농사일에 써
먹을려고 낳았다. 평소에 우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안 하더라”고 하더군요.
저는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사랑한다”하는 낯간지러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온 몸으로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시던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살았습니다. 오히려, “남자들은 부억에 들어 오는 것이 아니다. 불알 떨어진다”는 말을 듣는
바람에 게으르게 컸지만, 지금은 뒤늦게사 부억일을 배워서 집안에 보탬이 되는 남편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미국말에 “바람피는 남편이 아내의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은 있어도, 설겆이를 해 주다가 아내의 총에 맞아 죽은 남편은 없다”고 하니
(No husband has ever been shot while doing the dishes), 저도 아내를 위해 설겆이도 도와 주고, 쓰레기 버리는 일도 열심히 해 주려고 합니다.
아내가 행복해야, 남편의 인생이 행복해 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Happy Wife, Happy 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