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행사를위해 이곳저곳 집안 팍을 조금씩 치우고 있다.
부엌 구석에서 빛도없이 숨이 지내는 양파 반쪽을 햇볕쪽으로
가져가는데 ‘소망’이라는 단어가 떠 오른다.
양파를 집 안 구석에 하나쯤 놓아두면 집 안에 떠 돌아 다니는 병균들을
이 양파가 잡아먹기 때문에 감기 끝 ! 이라고 한다. 이 얘기는 아주 오래
미국친구 화가가 말해줘서 알았다. 고로 양파 자른것을 방치해 두었다가
먹으면 독이된다.
양파는 작은 것을 골라 사고 하나를 자르면 다 먹는것이 좋다.
양파 반쪽을 자른 후 물도 주지않고 놓아두었는데 이렇게 예쁜
싹을 내어주었다. 불쌍해 오늘은 물을 조금 넣어주면서 아는체를 하니
양파 싹들이 활개를 친다. 몸이 두 동강이 나서 피를 흘렸을테고
구석에서 쓸쓸히 이 집의 병균들을 사로 잡기위해 불철주야 일을
했을텐데 나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죽어가는 이 양파 반토막에서 소망이라는 단어를 끌어올리게 되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포기하지 않고 싹을 내미니까 내가 물도 주고
또 햇볕가까이 옮겨도 주지 않나. 뿌리를 보니 흙 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퉁실한 원형 양파를 만들어 낼 듯 싱싱하다.
내 인생도 반토막 날때가 얼마나 많았나?
죽어야 겠다.
아니 죽고싶다.
왜 다시 눈을 떴지?
살아서 슬프다고 왜치면서 살아온 날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보면 소망이라는 단어에 붙잡힌다.
소망의 날개를 다는 순간 인간은 자신이 다 하지 못했던 그 일로
안내된다.
“하늘이 우리에게 주신 그 선 한 일을 다 하고 가야한다.
죽는 그 날까지 소망의 닻을 내려서는 아니될 것이다.”
양파 반토막이 내게 말하는 이 귀한 message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며
자리에 든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