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015 – 등에 혹

2014.07.05 23:17:20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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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지만 등에 나만 아는 혹이있다면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이것을 떼어 보려고 병원을 가보겠지만 의사선생님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떼어보려고 노력은 해 보겠지만 장담은 못 한다고.

둘 중에 하나는 희생을 당해야 한단다.

즉 혹이 사라지던지 자신이 죽던지. 이런 소리를 듣게되면 “어마 무서워” 하며

혹을 달고 다닐 결심을 할 것이다. 저 세상 갈 때 까지 혹을 등에 지고 살아야

하는 불편함은 있겠지만 자신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테니 감수 하면서

살아 갈 것이다.

오후에 역시 밭을 메고 있는데 딸기를 화분에 옮겨 심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께 대 농사를 짓는 분 댁에서 보니 딸기를 화분에 심어 놓았는데 딸기가 몇 개

달려있고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나는 몇 그루 안되는 딸기를 갖고 있지만 그 동안 잘 보살 펴 주지 못해서

따 먹는 것은 고작 한 두 개다. 내친김에 모아둔 화분을 꺼내서 딸기를 파내는데

이게 웬말인고. 몇 개가 줄기가 아주 큰 꽃 나무 뿌리와 함께 뭉쳐저 있다.

이것을 떼어내는 작업을 하는데 딸기를 죽이느냐 큰 꽃 나무를 죽이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나는 예리한 칼을 가지고나와서 외과 의사처럼 신중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이것들의 뿌리 갈래를 잘 분리하기 시작했다.

둘 중 살려야 하는 것은 딸기로 마음을 정했다. 딸기를 그동안 방치해 둔 죄를 씻기 위함

이라고나 할까. 큰 꽃 나무는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같은 종류 여러 개가 있고 또

씨가 떨어지면 작은 것이라도 다시 나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는 분들 중 인연을 끊지 못하고 마음 고생하는 이들이 종종있다.

나는 그런 분에게 왜 그렇게 마음이 약하냐고 물어본다. 그럴 때 마다 들려오는 소리는

마치 등에 혹 처럼 그게 그렇게 쉽게 떨어지지 않는단다. 그 혹을 떼려고 시도 해 보지만

칼로 혹을 도려내야하는 그 아픔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에 달고 지내는 것이 낫단다.

등에 혹

옷을 벗고 입을 때, 샤워를 할 때 누워 잘 때 그 혹 때문에 힘들지만 나와 함께 동거동락하는

내 핏줄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다행히도 그 혹이 뒤에 있어서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와 너무나 흡사하다. 만나면 앞에서는 좋다고 웃고 칭찬하고

사이 좋은 듯 하지만 돌아서서 할퀴고 흉보고 남을 아프게 하는 이들도 있지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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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물감을 만지지 못했는데 결심하고 하나 머리 올렸습니다.

30분 작업. 아크릴 20″ x 16″ Canvas

July 5 Solo.jpg

July 5 내 그림 방 1.jpg

July 6 내 작업 실 2.jpg

수술을 잘 마치고 화분에 옮겨지게 된 딸기 가족 들입니다.

다행히 꽃 나무도 넘어지지 않고 잘 살렸습니다. ^^

July 5 딸기 모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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