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겁다.
천근 만근이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알것 같다.
일과 후 두어시간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일도 안하고 종일 누워 있은 듯 하다.
일 때문인 것은 아닌 듯 하다.
며칠 전 한국서 방문한 지인이 가져온 ‘이야기가 있는 아버지 추억’ (월산 김기동)을
읽으는대 내 몸은 끝 없는 벼랑으로 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저자 김기동님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나를 질투하게 만들고 그 뿐만 아니라
내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를 살며서 불러오고야 말았다.
책을 읽으면서 끙끙끄대는데 눈물은 사정없이 볼을타고 흘러내린다.
아버지와의 삶은 겨우 16년 동안인데 48편의 아버지에 대한 아름다운 글을 기록
할 수 있는지 참 부럽기만 하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서문에 이렇게 쓰고있다.
“아버지와의 만남은 짦은 기간이었지만 그 이야기는 내 평생을 다 바쳐
쓴다 해도 시간이 부족할 만큼 많다.”
환갑의 막내 동생이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 한다고 하니 저자는
동생이 너무 불쌍해서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곧 내 혼을 보는 것과 같다.
내 혼을 눈으로 보지 못하지만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함으로써 내 혼을 보는 것 같다.
평생 가난과 배고픔으로 사셨지만 세상을 이긴 어른이시다. 옷은 비록 기워 입고
계셨지만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았고, 배 속에서 물이 넘어가는 소리는 났지만
결코 양반의 기는 꺾기지 않으셨다. 평생 남을 원망하지 않으셨고, 남의 험담을
하지 않으셨고, 어머니에게는 늘 존댓말을 쓰셨고, 자식들에게 막말을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 노동의 대가만 바라셨고 결코 공짜를 원하지 않으셨으니 참으로
힘들게 세상을 견디신 어른이다.”
우리 가족중 막내인 나도 아버지 얼굴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
한 번도 다정한 얘기가 오간 적도 없다. 세상에 안 계셨으면 더 좋았을 분으로
내 머리에 각인된 나의 아버지. 어디론가 떠나가서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 어머니를
힘들게 하던 아버지. 나는 이 세상에 좋은 아버지가 있는지 몰랐다.
초등학교때 죽어 버리겠다고 혼자 다락에서 벼르던 일 까지 우루루 내 정신뿐 아니라
육신을 타고 들어온다. 어서 일어나서 이것 저것 할 일을 해야지 하지만
한쪽 에서는 “절대로 너는 침대에서 못 일어 날꺼야.”며 붙잡는다.
내가 다음 세상에 이 처럼 상식이 통하고 힘들지만 세상을 이기고 자식들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다는 확신이 있다면 태어나 보고 싶다.
그리운 아버지~
내 아버지가 아닌 무형의 그 아름다운 그 아버지 상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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