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시 캘로나에서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어제 결혼식을 올렸다.
포도농장을끼고 있는 품격있는 레스토랑에서 리셉션을 갖고
밤이 늦도록 흥겨운 시간을 갖고 돌아왔다. 초청인원은 고작 70여명.
가족과 어릴 때 부터 잘 알고있는 학교친구와 그의 부모들이었다.
느긋한 중년 남자가 내 어깨를 툭치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누구시지요?
하는 내 말과 동시에 “으흐흐흐” 하면서 “나 Jeff예요, 나 Ron이예요. 나는 Tod예요”
하면서 반긴다. 함께 온 그들의 부모들도 내 늙음과 비슷한 모습들이다.
아, 모두 얼마 만인가 서로의 안부 묻기가 바쁘다. 날씨는 화창하고
풀 밭에서 간단하게 이어지는 결혼식, 격식도 별로 없고 화려한 꽃 장식도
없이 신부에게 작은 부케 하나 들려져 있다. 신부는 독일산이다.
신랑 입장전에 신부의 핸디켑 오빠가 Wheel Chair에 앉혀 누군가의 도움으로
먼저 입장한다. 이것도 보기드문 장면이라 마음이 뭉클하다.
식사가 거의 끝 날 무렵 MC를 맡은 아들 녀석이 너스레를 떨기 시작한다.
좌중은 폭소를 터뜨리며 웃기 시작한다. 독일어를 못 하는 놈이 발음만 베껴서
영어를 못하는 신부측의 테이블 손님들을 대접한다. 독일에서 온 하객들에게서
박수 갈채가 쏟아져 나온다. 내가 들어도 영~! 시원찮은 발음이지만
어떻게 알아듣는지 그들은 계속해서 ‘까르르까르르’들 웃어댄다.
어리둥절 한 사람들은 영어권이다.
스피치 마무리를 하는데 아들녀석은 말을 못 잊고 한 참을 서 있다.
하객들이 웬 일이가 조용해 진다. 드디어 가슴을 진정하고 입을 여는 아들.
“나에게는 참 좋은 친구, 아니 형제가 있습니다. 내가 어려울 때 나를위해
헌신해주며 나의 부족함을 잘 채워 줍니다.”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아들. 아들 친구와 그의 가족들도 다 울먹인다.
결혼식은 화려하고 아름답게만 치루어 지는 것이 아닌 진정 친구의 결혼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 할 줄 아는 그들의관계.
그들 가족은 내 아들을 피를 나눈 가족처럼 아껴준다. 잘 다니던 직장에서
늘 승승 장구하려고 생각만 했던 아들의 Lay Off. 30대 후반에 일어난 아들의
당황함을 우리 온 가족은 힘들어했었다.
그 친구과 그의가족이 실어주는 힘으로 지금 아들의 배는 잘 떠가고 있다.
그 친구는 영국에서 10여년 돈 잘 벌면서 남의 부러움을 사고 있던 친구다.
물론 그 가족이 든든한 경제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좋은 직장을
사임하고 아들이 살고있는 시애틀로 와서 아들을 돕고있다.
사장인 내 아들이나 그 친구나 둘이다 아직 월급을 가져 가지는 못하고 있다지만
‘Odin Beer’ 사업은 확장되고 있다.
많은 하객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더 많은 박수 갈채를 받은 아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놈이 아닌가?
많은 결혼식을 다녀보았지만 어제 저녁처럼 의미있는 결혼식은 처음이다.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상대의 처지와 관계없이 끝까지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