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033 – 아들에게는 이런 친구가 있다

2014.07.28 00:37:03 (*.69.35.119)
693

아름다운 도시 캘로나에서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어제 결혼식을 올렸다.

포도농장을끼고 있는 품격있는 레스토랑에서 리셉션을 갖고

밤이 늦도록 흥겨운 시간을 갖고 돌아왔다. 초청인원은 고작 70여명.

가족과 어릴 때 부터 잘 알고있는 학교친구와 그의 부모들이었다.

느긋한 중년 남자가 내 어깨를 툭치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누구시지요?

하는 내 말과 동시에 “으흐흐흐” 하면서 “나 Jeff예요, 나 Ron이예요. 나는 Tod예요”

하면서 반긴다. 함께 온 그들의 부모들도 내 늙음과 비슷한 모습들이다.

July 27 캘로나.jpg

아, 모두 얼마 만인가 서로의 안부 묻기가 바쁘다. 날씨는 화창하고

풀 밭에서 간단하게 이어지는 결혼식, 격식도 별로 없고 화려한 꽃 장식도

없이 신부에게 작은 부케 하나 들려져 있다. 신부는 독일산이다.

신랑 입장전에 신부의 핸디켑 오빠가 Wheel Chair에 앉혀 누군가의 도움으로

먼저 입장한다. 이것도 보기드문 장면이라 마음이 뭉클하다.

July 28 캘로나 2.jpg

식사가 거의 끝 날 무렵 MC를 맡은 아들 녀석이 너스레를 떨기 시작한다.

좌중은 폭소를 터뜨리며 웃기 시작한다. 독일어를 못 하는 놈이 발음만 베껴서

영어를 못하는 신부측의 테이블 손님들을 대접한다. 독일에서 온 하객들에게서

박수 갈채가 쏟아져 나온다. 내가 들어도 영~! 시원찮은 발음이지만

어떻게 알아듣는지 그들은 계속해서 ‘까르르까르르’들 웃어댄다.

어리둥절 한 사람들은 영어권이다.

July 28 캘로나 3.jpg

스피치 마무리를 하는데 아들녀석은 말을 못 잊고 한 참을 서 있다.

하객들이 웬 일이가 조용해 진다. 드디어 가슴을 진정하고 입을 여는 아들.

“나에게는 참 좋은 친구, 아니 형제가 있습니다. 내가 어려울 때 나를위해

헌신해주며 나의 부족함을 잘 채워 줍니다.”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아들. 아들 친구와 그의 가족들도 다 울먹인다.

결혼식은 화려하고 아름답게만 치루어 지는 것이 아닌 진정 친구의 결혼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 할 줄 아는 그들의관계.

그들 가족은 내 아들을 피를 나눈 가족처럼 아껴준다. 잘 다니던 직장에서

늘 승승 장구하려고 생각만 했던 아들의 Lay Off. 30대 후반에 일어난 아들의

당황함을 우리 온 가족은 힘들어했었다.

그 친구과 그의가족이 실어주는 힘으로 지금 아들의 배는 잘 떠가고 있다.

그 친구는 영국에서 10여년 돈 잘 벌면서 남의 부러움을 사고 있던 친구다.

물론 그 가족이 든든한 경제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좋은 직장을

사임하고 아들이 살고있는 시애틀로 와서 아들을 돕고있다.

사장인 내 아들이나 그 친구나 둘이다 아직 월급을 가져 가지는 못하고 있다지만

‘Odin Beer’ 사업은 확장되고 있다.

많은 하객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더 많은 박수 갈채를 받은 아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놈이 아닌가?

많은 결혼식을 다녀보았지만 어제 저녁처럼 의미있는 결혼식은 처음이다.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상대의 처지와 관계없이 끝까지 가는 것이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