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휴가를 받아 오후에 패리를 타고 밴쿠버에 도착했다.
그동안 며칠 집을 떠날 때는 글을 못 올렸는데 작은 컴퓨터 하나를
장만해서 옹색하지만 글을 쓰게돼어 여간 기쁘지 않다.
평소에는 친한 친구집 2020 Bellwood Motel에서 머무는데
그 집에 요즈음 손님이 와 계셔서 조카집으로 왔다.
조카는 우리형제 중 세번째인 언니의 아들인데 사업을 여러번 망해먹고
또 여러번 성공시키면서 인생 드라마를 역어가고 있다.
그는 어찌나 말 솜씨가 좋은지 오늘 밤 두어 시간 얘기 하는 동안
내 배꼽을 다 빼 놓는다. 가끔씩 듣는 조카의 사업얘기는 내게 새로운
삶의 한 모습이라 흥미진진 하다.
<이모, 난 빚도 재산으로 생각해요.>
<뭐야? 애그머니 빚지면 마음이 얼마나 불안할텐데 그것을 재산으로
생각하다니…우째 그것을 재산으로 생각하노?>
어느 해사업하다 한 30억 빚을 지게 되었어요. 승승장구하던 사업이
무너지면서 내게 돈을 빌려주었던 은행에서 놀라서 나를 찾고 전화오고
비상이 걸린거지요. 나는 그들을 다 모아놓고 밥을 먹으면서 그들에게 말했어요.
나 한테 돈을 받으려면 나를 다시 일으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구요. 그들은
심장이 오그라들고 밤 잠을 못 자는데 저는 밥을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니
빚을 빌려준 이들이 어이없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더라구요.
모두들 내가 빚이 많아서 정신이 뺑 돌은 줄 알았다고 나중에 말해서 알았지요.
<그래서! 그 빚은 다 값아 주었냐?>
나는 궁금증이 나서 다음 얘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물론이지요. 나의 새로운 사업에 협조해준 은행이나 개인들에게는요.
그때 그 빚이 없었다면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겠어요?
<빚도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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