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지 이틀째.
김치가 그립다.
라면도 먹고싶다.
빵만 먹고 뻑뻑한 양식이 계속된다.
아이들 몰래 라면을 사러 가려고해도 길이 멀다.
한국 식품점도 어딘지 모른다. 알려고하면
못 알리 없건만 내일 집으로 갈 예정이라 참는다.
4개월된 아가는 방긋 웃고 무엇인가 중얼거리니
세월이 참 빠르다.
아들 내외가 저녁에 또 나갈일이 있어 아가와 내가
둘이서 집을 지킨다.
아가야는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한다. 조금도 불편한 것을
못 참는다. 이래서 참을성 없는 사람보고 애기같이 행동
한다고 하나보다.
울기시작하는 아가를 달래느라 진땀을 뺀다.
팔이아파와서 아가를 침대에 뉘어놓고 조곤조곤 말해준다.
<너는 그렇게 참을성이 없어서 어떻게 앞으로
살아가겠니? 너무 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먹을 것 / 입을 것 / 장난감 / 좋은 환경에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데 뭐가 문제지?>
아가는 내 말에 상관없이 계속 서럽게 운다.
베이비 시트 하는 사람의 노고를 다시금 알게된다.
가끔씩 뉴스에서 할머니들이 아이들 봐주느라고 고생많이
하는 얘기가 나온다. 정말 이 일을 몇 년 계속 하라고하면
너무나 힘들 것 같다.
이 글을 쓰는동안에 며늘아이는 샐몬 샌드위치를
만들어 곁에 가져다 놓는다.
어머나 우짤꼬? 난 종일 빵 속에 묻혀죽을 지경이다.
정성을 다해 갖다주는데 <아니>라고 말하기는 참
힘들다. 제발 나를 좀 내버려줘 며늘아 !
애구구
내 집이 최고다 최고야.
빨리 집에가서 동치미국물 훌훌 들이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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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내부의 그림입니다. 저녁에 먹은 Carrot Soup 예요.
이렇게 연한 노란색 해바라기는 처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