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여자가 되었다.
하얀 거즈로 얼굴을 뒤덮고 누워 잠시 한가한 시간을 가져본다.
방문한 손님중에 한 분이 천상 여자로구나란 생각을 하게한다.
미리 준비해 온 화장품 보따리를 열더니 반 강제로 침대에 누윈다.
허, 참 하면서도 억지로라도 쉬어보리라 생각하며
순순히 그녀의 말을 듣는 나.
한 삼십분동안 촉촉한 거즈속에 묻힌 내 얼굴에 또 이것 저것을
더 척척 발라주면서 얼굴 맛사지를 해준다. 이게 얼마 만이냐?
남의 손을 빌려 얼굴에 영양분을 더 해 주는 일이.
가끔씩 방문하는 손님들이 저마다 특색있게 부엌을 사용한다.
어느분은 완전 자기 부엌처럼 다 정리해 놓고 가기도하고
어느분은 아주 얌전히 앉아 있다 가기도 한다. 두 부류의 방문객을
생각해 볼때 어느 분이 더 좋았다고 할 수 없다.
너무 많이 해 주는 것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아예 내 부엌에
손을 안 대주는 것도 고마울 때가 많다.
이번에 오신 방문객 이 천상여자라 부르고 있는분이
오늘은 야시시한 야채 요리를 근사하게 해 놓았다. 오랫만에 나도
남이 해 주는 저녁을 먹어보니 그지없이 행복하다.
과일을 접시에 담아놓는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슬금 슬금 배운다.
뿐만 아니라 집에 두고온 남편에게도 애교섞인 목소리로 안부하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인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녀는 그렇게 내 집에서 벌써 나흘 째 머물고 있다.
사람마다 주는 그 무엇이 있다. 어느분은
*까르르~~ 즐겁게 웃음을 선사 하기도하고
*지나간 추억을 더듬으며 약간 센치해 지는 분위기를 주기도 하고
*슬프고 지쳐 가슴 저리게 하는 사연도 듣게되며
*이번 방문객 처럼 여자인 내가 보아도 고운 이미지를 풍긴다.
내가 남의 집을 방문했을때 과연 나는 어떤 분위기를 연출해 낼까?
이분처럼 천상여자고 듣기에는 거리가 너무나 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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