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호수 Thetis Lake를 걸었다.
오후 다섯시에 입구에 들어서는데 컴컴하다. 아무도 없는 숲 속을 들어가는데
약간 겁이 난다. 들어 갈까 말까 망설여진다. 마음은 그렇지만 내 발은 어느듯
길을따라 나서고 있다. 숲속 공기에는 우주의 색깔이 있다.
나는 언제나 그렇게 느낀다.
나무 층계를 따라 내려가는 동안에도 오가는 이가 아무도 없다.
주중이고 저녁시간이라 그런가보다. 내 친한 친구는 늘 내게 절대로 혼자
숲속에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한 발 한 발 길을따라 호숫길을 걸으면 세상만사 다 잊어버리고 만다.
어제 암행어사의 일이라던가 밭에 심어놓은 것들의 염려 혹은
일상의 밀려드는 일들을 호수속에 풍덩 빠뜨려 버린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남자 하나가 불쑥 지나간다. 이때다 싶어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간다. 그는 걷는데 나는 뛰어야 겨우 그의 꼬랑지를
따라 잡는다. 휴~ 웬 걸음이 이리 빠르담.
“여보세요. 좀 천천히 걸을 수 없나요?” 라 소리치는데 내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어느새 그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흠. 흠. 흠.
다시 홀로 걷는다.
호수에 들어올때의 으스스 한 느낌은 찬란한 호수 물빛, 하얀 연꽃들 그리고
밝은 햇살이 다 가져가 버렸다.
호수를 다 도는동안 만난 사람들은 겨우 여나므 명 정도다.
이 호수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 개를 한 두 마리씩 데리고 오기때문에
그들을 보면서 나는 “완전 개판이네…” 라고 중얼거리기도 한다.
집 까지의 거리가 아직도 삼분의 일이 남았는데 내 몸의 에너지는
다 빠져버렸다. 먹거리가 눈에 아롱거린다. 주머니에 넣어왔던
초크릿 반쪽을 입에넣고 달달 거리며 걷는다. 숲을 빠져나와
집들 앞을 지나가는데 어느 집에선가 바베큐 냄세가 진동한다.
와~ 하필이면 이때.
나는 갈비생각이 절로 절로난다. 이럴때 한 2인분은 너끈히 먹어치우겠는데
불행하게도 이곳은 한국 식당도 멀어 쉽게 갈 수 없다.
문을 열고 현관문을 들어서는데 누군가가 내 저녁을 좀 해주었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 그저께 만들어놓은 식혜가 생동실에서 얼음이 달린채로
나를 반긴다. 와삭와삭 입안을 추기니 햐, 기가막힌다.
나갈때 만들어놓은 우족삶은것과 김 무침, 열무김치, 다시마 쌈을
멸치 젓국에 싸 먹으니 어느새 갈비 생각은 싸악 가셔 버린다.
오후에 즐거운 휴식을 가져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