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문학회 모임이있는 날이다.
정곡 / 이달 / 서거정 / 권필 / 황진이의 시를 공부했다.
강의를 맡은 선생께서 짧게 한 줄 ‘그리움’이란 글을 지어보란다.
어느 회원은 고국을 떠나 늘 그리움으로 살아왔고 그 그리움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또 어느 회원은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한다.
먼 옛날을 회상하면서 그 그리움을 곱씹으며 살아간다고.
나는 그리움을 향한 글을 이렇게 지어보았다.
‘멀리 밀어 내다가도 다시 주워오는’
‘이 세상 다른소리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잡을 수 없는 마지막 석양’
‘뚜벅 뚜벅 구둣소리, 문 열어보면 단지 환청일뿐’
어느 회원이 소리지른다. “아~ 선생님 아직 사랑 진행형이네요.”
“안뇨. 이미 불타버린 나무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는다 잖아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 회원이 방긋 웃으며 말한다.
“그렇지 않아요. 검게 타 버린 나무에 새싹이 돋는 것 모르시나요?”
“새싹!”
검게 타 버려 절망이라고, 이제 모든것이 단절 되었다고 울던 시간들이
새싹으로 돋아난다는 희망의 멧시지를 받은 저녁이다.
그 회원의 집 저녁 창너머 산 언저리에 비쳐지는
석양의 잔물이 아직도 눈에 아물 거린다.
새싹이 자라나 또 하나의 그리움을 남긴다 해도
새로운 사랑,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